일본 전자기업 소니와 자동차업체 혼다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에서 공동 개발한 전기차 ‘아필라’ 시제품을 공개했다. 두 회사의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의 가와니시 이즈미 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아필라를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전자기업 소니와 자동차업체 혼다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에서 공동 개발한 전기차 ‘아필라’ 시제품을 공개했다. 두 회사의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의 가와니시 이즈미 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아필라를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의 간판 전자업체인 소니가 혼다,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과 손잡고 전기자동차 생산에 나선다. 또 다른 일본 전자업체인 파나소닉도 같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인피니티와 ‘전장(전자장치) 협업’을 발표했다. 한국의 전차(電車) 대표 주자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손을 맞잡은 것과 비슷한 구조다. 미래 자동차의 핵심이 전자장치란 점을 감안해 전자업체와 자동차업체가 맞손을 잡는 ‘전차 동맹’이 세계 곳곳에서 결성되고 있다.

‘日 전기차 드림팀’ 구성

소니와 혼다의 전기차 합작회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는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개발 중인 전기차 ‘아필라’ 시제품을 선보였다. 아필라는 이르면 2025년 본격적으로 양산될 전망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이 자리에서 MS와 손잡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등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가와니시 이즈미 소니혼다모빌리티 대표는 제시카 호크 MS 부사장을 연단 위로 초대해 협업을 공식화했다. 가와니시 대표는 퀄컴으로부터 ADAS 가동을 위한 ‘통합칩셋(SoC)’을 납품받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소니와 혼다, MS, 퀄컴 등 쟁쟁한 기업이 뭉쳤다는 점에서 ‘전기차 드림팀’이란 평가가 나온다.

토드 랭카스터 파나소닉 오토모티브시스템스 미국법인 부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드 랭카스터 파나소닉 오토모티브시스템스 미국법인 부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나소닉은 이날 일본 프리미엄 자동차업체 인피니티와의 ‘사업 동맹’을 전격 발표했다. 인피니티의 2025년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X80’에 파나소닉이 만든 차량용 오디오·스피커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파나소닉은 이번 부스에 자사의 오디오·스피커 시스템을 장착한 2025년형 QX80을 전시할 계획이다. 일본 기업끼리의 거래인 만큼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현대차 동맹도 깊어져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밀월 관계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을 현대차·기아에 납품하며 동맹 관계가 공고해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내용의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서비스 제휴 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가전 관리 앱인 ‘스마트싱스’와 현대차·기아의 차량 제어 플랫폼인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연동된다. 스마트싱스로 시동을 걸고 온도를 미리 조절할 수 있으며, 반대로 현대차 인포테인먼트로 집에 있는 에어컨을 미리 켤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현대차에 인포테인먼트 칩과 이미지센서(카메라 눈 역할을 하는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삼성SDI의 배터리도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대차의 자율주행 칩을 수탁생산하는 등 두 회사의 협업 범위가 자율주행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차 동맹’은 모두에게 윈윈

글로벌 전차 동맹이 잇따라 결성되는 배경에 2021~2022년 겪은 ‘반도체 대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당시 차량용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완성차업체 일부는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그때의 악몽을 계기로 자동차업체들은 공급망 구축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고, 이것이 ‘전차 동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차 시장이 커지면서 공급망 구축 필요성은 더 커졌다. 종전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에 사용되는 반도체가 300개라면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이상 자율주행차에는 약 20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콕핏(디지털 계기판), 카오디오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익환/허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