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행 통해 중장기 유동성 공급…서민 주택 건설·도시 재개발 등 목표
中인민은행, 부동산·인프라 64조원 추가 투입…"규모 커질수도"
중국 중앙은행이 당국의 경기 부양 방침에 맞춰 중국 내 정책은행 3곳을 통해 한화 64조원 규모의 자금을 풀기로 했다.

5일 중국 경제일보에 따르면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 중국농업발전은행은 지난달 3천500억위안(약 64조5천억원) 규모의 담보보완대출(PSL·Pledged Supplemental Lending)을 순증했다.

중국 당국이 담보보완대출 확대에 나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0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번 순증으로 담보보완대출 총잔액은 3조2천522억위안(약 599조원)이 됐다.

담보보완대출은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특정 목적에 맞게 대출 자금을 활용하도록 저금리로 정책은행 3곳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선별적 통화정책 수단이다.

정책은행은 인민은행에 대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저개발지역·농업·중소기업 등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한 특정 취약 부문으로 대출을 확대한다.

이 제도는 인민은행이 2014년 주택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개발은행에 저금리 자금을 지원하면서 처음 도입됐고, 이후 대출 대상 기관은 농업발전은행(주로 수리사업)과 수출입은행(해외투자)로 확대됐다.

중국 금융가에선 증액된 3천500억위안이 보장형 주택(저가 서민 주택) 건설과 공공 인프라 건설, 성중촌(城中村·도시 내 낙후지역) 개발 등 당국이 강조해온 '3대 사업'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9월 이런 3대 사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둥시먀오 자오롄금융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증액된 담보보완대출은 3대 사업 건설에 쓰일 것 같고, 이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동시에 통화정책이 더욱 탄력적이고, 적절하며, 정확하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를 발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담보보완대출은 기한이 비교적 긴 중장기 유동성 공급이고, 정책은행을 통해 특정 사업에 정밀·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도입 이래 중점 영역과 중대 사업, 투자 안정·선도 등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밍밍 중신(CITIC·시틱)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3대 사업에는 대규모 중장기 저금리 자금이 필요해 후속 담보보완대출이 계속 투입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신용평가사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거시분석가는 "이번 담보보완대출 대규모 증액은 3대 사업이 2024년 초 전면 가동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자금원이 안정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 진작으로 갈 것"이라고 짚었다.

화타이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022년 담보보완대출이 총 6천300억위안(약 116조원)에 달했던 만큼, 이번 대출이 5천억위안(약 92조원) 규모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책은행 가운데는 곧장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주는 '행동'에 나선 곳도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개발은행은 철도 인프라 건설을 위해 1천55억위안(약 19조5천억원)을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대출금은 구이양-난닝, 청두-쯔궁-이빈, 산터우-산웨이, 난창-징더전-황산 등 고속철도 노선(총연장 약 2천300㎞) 개통·운영에 투입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