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동 군사개입 강화…대낮 이라크 공습 이어 후티도 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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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우려' 신중론→'방관할 수 없다' 과격행동 기류 변화
친이란세력 도발에 '강경책 통한 억제력 확보' 시도 관측
가자지구 전쟁 곧 석달째 '중동 확전 억제' 초기목표 흔들리나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자제해오던 중동 내 군사개입을 강화하는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지면서 갈수록 꼬여가는 중동 정세에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4일(현지시간) 대낮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로 드론을 날려보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하라카트 알누자바 지도자인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를 제거했다.
드론이 쏜 로켓은 알누자바 본부로 들어가던 알자와리의 차량에 명중했으며, 알자와리와 보좌관 등이 그자리에서 숨졌다.
현지 매체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공격을 받은 차량은 완전히 불에 탄 채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가 됐다.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는 "이것는 매우 과감하다"면서 "미국은 특정 테러리스트 리더를 찍어 그가 타고 가는 차량을 추적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나이츠는 특히 "이전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을 상대로 이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전과는 달라진 기류가 감지됐음을 암시했다.
깜짝 놀란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토에서 버젓이 자행된 암살 군사작전에 반발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부당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위로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알누자바도 "미국인들이 이번 공격을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알누자바는 미국이 일찌감치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경고장을 날려온 '눈엣가시'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개전 이후 친이란 민병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을 상대로 약 120차례 공격을 가했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이같은 친이란 무장조직의 공격 중 알누자바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하는 것으로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분석했다.
그간 미국은 이에 대응해 시리아 무기 저장고 등을 보복 공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란과 긴장 고조를 최소화하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고수했으나 이번 바그다드 공격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게 WSJ 진단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중동연구소의 대테러 전문가인 찰스 리스터는 "미국은 억제력을 재확보하려고 시도 중이며,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은 방향으로 취한 가장 적극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리스터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꾸준히 이라크에서 군사 주둔을 유지하려 해왔으나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의 미군 주둔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부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라크에 약 2천500명, 시리아에 약 9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이 고삐를 죄려 하는 것은 국방부 일각을 포함해 일부 당국자 사이에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직전인 3일 오후 백악관에서는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의 홍해 도발에 군사 공격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군사 옵션 목록을 보고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했다.
이전까지 백악관은 미군이 준비했던 공격 옵션 중 어떤 것도 승인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31일 홍해에서 후티 선박과 미군 헬기가 총격을 주고받는 교전을 벌인 이후로 이같은 강경 대응 카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동시에 미국은 동맹을 끌어모아 세력 결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백악관은 3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을 포함해 호주,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독일. 일본 등과 함께 "홍해에서 계속되는 후티 공격은 불법이며, 용납될 수 없고, 심각하게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후티가 계속 생명을 위협하고 세계 경제와 자유로운 운항을 방해한다면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가자지구 전쟁과 맞물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은 지난달 다국적 함대 연합을 꾸리고 서방 주도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연말까지도 미군 헬기와 후티 반군이 교전을 벌이면서 긴장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었다.
여기에 해가 바뀌자마자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수뇌부가 드론 공격에 피살을 당했고, 곧바로 이란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을 겨냥한 의문의 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쟁터인 가자지구를 벗어나 주변국 심장부를 타격하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살얼음판에서 실제로 미국이 외교적, 군사적으로 개입을 강화하려 하는 것은초기까지만 해도 중동 확전을 막겠다는 미국의 목표가 전쟁 장기화로 점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그간 수차례 중동을 다녀왔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은 4일 오후 다시 중동을 찾아가 이스라엘, 카타르, 사우디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홍해에서 후티의 민간 선박 공격 억제, 레바논 긴장 완화를 포함해 역내 긴장을 완화하며, 폭력을 막고, 화법을 자제하는 시급한 장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친이란세력 도발에 '강경책 통한 억제력 확보' 시도 관측
가자지구 전쟁 곧 석달째 '중동 확전 억제' 초기목표 흔들리나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자제해오던 중동 내 군사개입을 강화하는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지면서 갈수록 꼬여가는 중동 정세에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4일(현지시간) 대낮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로 드론을 날려보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하라카트 알누자바 지도자인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를 제거했다.
드론이 쏜 로켓은 알누자바 본부로 들어가던 알자와리의 차량에 명중했으며, 알자와리와 보좌관 등이 그자리에서 숨졌다.
현지 매체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공격을 받은 차량은 완전히 불에 탄 채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가 됐다.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는 "이것는 매우 과감하다"면서 "미국은 특정 테러리스트 리더를 찍어 그가 타고 가는 차량을 추적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나이츠는 특히 "이전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을 상대로 이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전과는 달라진 기류가 감지됐음을 암시했다.
깜짝 놀란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토에서 버젓이 자행된 암살 군사작전에 반발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부당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위로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알누자바도 "미국인들이 이번 공격을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알누자바는 미국이 일찌감치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경고장을 날려온 '눈엣가시'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개전 이후 친이란 민병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을 상대로 약 120차례 공격을 가했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이같은 친이란 무장조직의 공격 중 알누자바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하는 것으로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분석했다.
그간 미국은 이에 대응해 시리아 무기 저장고 등을 보복 공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란과 긴장 고조를 최소화하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고수했으나 이번 바그다드 공격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게 WSJ 진단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중동연구소의 대테러 전문가인 찰스 리스터는 "미국은 억제력을 재확보하려고 시도 중이며,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은 방향으로 취한 가장 적극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리스터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꾸준히 이라크에서 군사 주둔을 유지하려 해왔으나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의 미군 주둔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부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라크에 약 2천500명, 시리아에 약 9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이 고삐를 죄려 하는 것은 국방부 일각을 포함해 일부 당국자 사이에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직전인 3일 오후 백악관에서는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의 홍해 도발에 군사 공격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군사 옵션 목록을 보고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했다.
이전까지 백악관은 미군이 준비했던 공격 옵션 중 어떤 것도 승인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31일 홍해에서 후티 선박과 미군 헬기가 총격을 주고받는 교전을 벌인 이후로 이같은 강경 대응 카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동시에 미국은 동맹을 끌어모아 세력 결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백악관은 3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을 포함해 호주,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독일. 일본 등과 함께 "홍해에서 계속되는 후티 공격은 불법이며, 용납될 수 없고, 심각하게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후티가 계속 생명을 위협하고 세계 경제와 자유로운 운항을 방해한다면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가자지구 전쟁과 맞물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은 지난달 다국적 함대 연합을 꾸리고 서방 주도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연말까지도 미군 헬기와 후티 반군이 교전을 벌이면서 긴장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었다.
여기에 해가 바뀌자마자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수뇌부가 드론 공격에 피살을 당했고, 곧바로 이란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을 겨냥한 의문의 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쟁터인 가자지구를 벗어나 주변국 심장부를 타격하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살얼음판에서 실제로 미국이 외교적, 군사적으로 개입을 강화하려 하는 것은초기까지만 해도 중동 확전을 막겠다는 미국의 목표가 전쟁 장기화로 점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그간 수차례 중동을 다녀왔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은 4일 오후 다시 중동을 찾아가 이스라엘, 카타르, 사우디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홍해에서 후티의 민간 선박 공격 억제, 레바논 긴장 완화를 포함해 역내 긴장을 완화하며, 폭력을 막고, 화법을 자제하는 시급한 장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