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대통령, 튀르키예 방문 연기하고 애도의 날 선포
이란, 테러 배후로 미국·이스라엘 지목…"큰 대가 치를 것"(종합)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의 배후 세력을 향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보복을 다짐했다.

3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장군 추모 기념식 연설에서 이번 폭발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며 "이 끔찍한 범죄의 대가로 당신들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별도 성명에서 "사악하고 범죄적인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며 "이런 재앙은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45분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 지역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두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이란 당국은 이 폭발로 최소 95명이 숨지고 211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당국은 애초 사망자 수를 103명으로 발표했다가 중복으로 집계된 사례를 발견하고 95명으로 정정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이날 폭발을 외부 세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한 이란은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배후를 직접 지목해 비판하지는 않았으나 이스라엘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갔으며, 추모식에 모인 군중들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그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경고한다.

너희는 저지른 죄들로 몹시 후회스러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한 이른바 '알아크사의 홍수' 작전을 거론하며 "알아크사 홍수는 아직 진행 중이며 그 끝은 시온주의 정권의 종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함마드 잠시디 이란 대통령실 정무 부수석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은 케르만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말 그런가?"라고 반문하면서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 범죄의 책임은 미국과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에 있으며 테러리즘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가니 사령관도 미군 드론 폭격에 살해된 솔레이마니와 최근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혁명수비대 장성 라지 무사비를 이번 폭발과 함께 언급하면서 "적들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슬람 공화국(이란)과 저항 세력은 시온주의 정권 근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폭발이 일어난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무덤에도 이날 저녁 군중들이 다시 모여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고 AFP는 전했다.

이란 정부는 4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폭발 희생자를 추모하기로 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당초 4일로 예정했던 튀르키예 공식 방문 일정을 연기하고 폭발 현장을 찾을 계획이다.

잠시디 대통령실 정무 부수석은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다수 이란 국민을 희생시킨 케르만의 테러 공격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필요가 있어 그의 튀르키예 방문은 다른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테러 배후로 미국·이스라엘 지목…"큰 대가 치를 것"(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