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변했나"…이준석의 '청년정치' 본 동년배 정치인 속내 [이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똑똑하고 유능한 이준석 전 대표가 자칫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 "이준석 전 대표가 청년 정치의 미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26세' 나이로 정치권에 등장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비대위원으로 등장한 뒤 12년 동안 끊임없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헌정사 최초 '30대 대표'란 타이틀까지 거머쥔 이 전 대표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건 신당을 창당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7일 '마포 숯불갈비 선언'이라고 불리는 탈당 및 신당 창당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서 제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했다.
그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청년 정치인'으로 수많은 '최초' 타이틀을 달았지만, 그가 오히려 청년 정치를 망쳐 놓았다는 원성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탈당 선언을 하자마자 당 공식 명의로 논평을 내고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뜻하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고 '쿨하게' 그를 보냈다.
그렇다면, 그의 행보를 바라보는 동년배 정치인들의 평가는 어떨까.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 (경기 포천·가평 출마 희망)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로 있으면서 많은 비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방 선거 과정에서도 새로운 정치 실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우리 당이 그것을 모두 담을 수 없지만, 탈이념적, 민생 중심의 정치라는 새로운 정치 실험을 이어 나가서 좋은 모델로 남으면 좋겠다. (새로운 당을 만들어서) 다소 '시니컬'한 주장을 하는 사람까지 다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겠다고 떠난 사람인가 그 실험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청년 정치로서는 할 얘기가 있을까? 이미 당 대표까지 했는데. 거기에 대해선 더 말씀드릴 게 없을 것 같다."
▶여명 서울 동대문갑 국민의힘 예비후보 (전 대통령실 행정관)
"제가 '청년 정치'라고 내세우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얼굴이 청년이니까, 동네를 다니면 '청년 정치인이구나' 하신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별로 안 좋게 생각하신다. '청년 정치'라는 말 자체가 이준석 전 대표의 일련의 행동들로 인해 오염이 된 것 같다. '실력 있는 청년 정치'라는 슬로건도 안 좋게 생각하셔서 어르신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이준석 때문에 청년 정치라는 말이 왜곡됐으니, 청년 정치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다. 하버드생 출신으로 비상대책위원에 바로 안착했다. 그 이후 당의 요직을 거쳤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새로운 척', '참신한 척'을 한다. '마포 숯불갈비' 이런 데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무조건 '이색', 이거 또한 유권자를 우롱하는 거라고 본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준석 전 대표는 청년 정치를 한 게 아니라 자기 정치를 한 것이다. 그가 청년들을 대변했나? 청년들을 대변하기 위해 자기가 대한민국 현실 안에서 취업 걱정을 해본 것도 아니고, 창업을 해본 것도 아니다. 이 전 대표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대변하는 건 없었다. 그냥 정치 현안에 대해 속 시원하게 평론하는 역할이었다.
이 전 대표가 자기 정치를 증명하는 방법은 상계동에 국민의힘 이름으로 한 번 더 출마해 이기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그를 정말 존경했을 것이다. '마포 숯불갈비'에서 한 탈당 선언만 보더라도, 지역 주민보다 기자들이 더 많더라. 선거를 세 번이나 뛰었고, 홈그라운드에서 기자회견을 했으면 '떠나지 말라'고 붙잡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이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이준석의 눈물이 아니라 주민들의 눈물이 나왔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이라는 게 없고, 중앙 정치만 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지금껏 그가 공중전만 하고 백병전은 전혀 안 했다는 게 현장에서 느껴졌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