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두고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금융시장으로의 부실 전이 가능성입니다.

이번 사태가 태영건설만의 문제로 끝날지, 아니면 과거 저축은행 사태 같은 경제 위기로 번질지는 결국 금융시장 안정에 달렸다는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시장 충격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서형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지만, 문제는 2금융권입니다.

은행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은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부동산 PF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다는 겁니다.

PF 사업에 돈을 대는 금융회사들 입장에선 앞으로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본격적인 PF 구조조정이 시작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A증권사 PF본부장 :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렇게 한 번 터져버리면 (심리가) 위축돼서 신규 (PF 사업을) 안 하려고 할 거고, 이렇게 위축된 상황에서 PF가 안 되면 결국 브릿지론 부실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어서 이제 악순환만 계속될 것 같아요.]

특히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은 2금융권의 위기감이 큰 상황입니다.

전체 기업대출에서 건설·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은행이 47.4%, 은행(24.0%)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자금시장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시 여전채 금리는 순식간에 6%대까지 치솟으면서 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B운용사 채권운용부서장 : 크레딧은 연말이라서 거래가 없고 연초 돼봐야 알 것 같습니다. 건설이나 이런 쪽 업종 기피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시장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는 금리 상승기에 발생했고 예상치 못한 이벤트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겁니다.

[김주현 / 금융위원장 :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된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대책을 만들어놨다”면서 “필요 시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관건은 태영건설 외 다른 건설사들과 PF 사업장으로 부실이 전이되는지에 달려 있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서형교기자 seogyo@wowtv.co.kr
PF 도미노 부실 우려…금융권 후폭풍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