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하는 전문의 10% 넘어서…파국 조짐 시작"
응급의사회 "응급실 떠나는 전문의 늘어…형사처벌 면제 필요"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한 행정적, 사법적 부담이 커질수록 응급실 현장을 떠나는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7일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응급의료 현장의 현실을 설명하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형민 응급의사회 회장은 "응급환자가 숨지면 막대한 비용을 청구 당하고 형사 책임까지 져야 하는 나라에서 과연 응급의료를 할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을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지만,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응급의료 행위의 적절성은 사법부가 아닌 전문가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중순께 강원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70대 응급 환자가 치료받기 위해 장시간 대기하던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119가 의료진에게 환자를 인계하지 않고 대기실에 내려놓고 갔다는 것에 충격받았다.

119는 쿠팡 배송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병원 응급실에 대기 환자 20명이 있었는데, 2시간 만에 대기 환자를 모두 봤다고 한다"며 "지방 거점병원의 과밀화가 굉장히 심각하고 응급의료 전달 체계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응급의학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80%를 넘지 못하고 있고, 응급실을 떠나 개업하는 전문의가 10%를 넘어섰다"며 "응급의학과 파국의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했다면 최종 결과와 무관하게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응급의료 사고처리 특례법과 과실치사상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법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전공의로 일하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참석했다.

박 회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환자의 죽음을 많이 겪고 그만큼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환자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며 "그러나 최근 의료소송에 많아지면서 이 일을 계속 해도 될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전공의들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은 중환자가 많이 찾기 때문에 사망 등 나쁜 결과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며 "이에 대한 의사들의 부담이 커진다면 경증 환자를 보는 방법을 택하는 것 말고는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