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내년 상반기부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며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은 내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내년 상반기부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며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은 내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
“내년엔 올해보다 50% 이상 투자 규모를 늘릴 겁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2일 “올해는 투자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년엔 상반기부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벤처투자 시장이 저점을 찍은 뒤 점차 희망이 보인 한 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을 ‘터널을 빠져나가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금리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았고 이는 곧 리스크를 감수한 모험자본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미”라며 “지난 2년간 쌓여 있던 투자 재원이 풀리면 테크 회사들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1000억원 안팎의 투자를 집행했다. 티켓 사이즈가 다른 VC에 비하면 큰 편이다. 시리즈A 이하 초기 스타트업에도 30억원씩 베팅하곤 한다. 올해 '지쿠'를 운영하는 퍼스널모빌리티(PM) 회사 지바이크, 게임 개발사 클로버게임즈, 가상인간 제작 회사 클레온 등에 투자했다. 과거엔 하이브, 컬리, 무신사, 직방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떡잎 시절 발굴했다. 운용자산(AUM)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내년엔 1500억원 이상을 스타트업에 지원사격한다.

박 대표는 내년 주목해야 할 분야로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와 헬스케어를 꼽았다. 모두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분야다. 그는 “ 업무 자동화 수요가 늘어나며 머리를 쓰는 영역은 AI가 대체하기 시작했고, 몸을 쓰는 분야는 로봇이 대체하고 있는데 이 지점을 SaaS 형태 사업모델로 만든 회사들이 훨훨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계속해서 강조한 건 역시 ‘테크’였다. 특히 AI에 대해서는 겪어본 가장 강력한 ‘메가 트렌드’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닷컴 열풍, 2010년대 모바일 열풍에 이은 2020년대 AI 붐이 산업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봤다. 박 대표는 기술에 기반한 사업모델을 일찌감치 잘 구축한 스타트업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LB인베스트먼트는 원래 중국 투자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다. 2007년 일찌감치 상하이 법인을 세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엔 동남아시아와 미국에 중점을 두고 해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를 동남아 투자 거점으로 삼고 사무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젊은 인구가 많고 성장세가 가파른 동남아, 선진 기술이 밀접해 있는 미국 등 두 축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내년 성장이 기대되는 포트폴리오 회사로 생체현미경 개발 회사 아이빔테크놀로지를 언급했다. 내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회사다. 또 외과수술용 의료기기를 만드는 리브스메드도 LB인베스트먼트가 공을 들인 회사 중 하나다. 장외시장에서 8000억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내년 증시 입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들에 ‘두려워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본질에 집중하고 충실히 준비하는 회사들엔 기회가 찾아오고 투자자들도 이런 회사들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1~2년 전 라운드를 열었던 좋은 회사들이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서는 시점이 내년이”라며 “잘 준비된 회사들은 내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할 것이고 벤처투자 시장에도 엄청난 업스트림이 반드시 온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VC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미 미국 등에서는 2023~2024년에 집행되는 투자가 나중에 최고 품질인 빈티지 베스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내년마저 보수적으로 투자했다가는 추후 유니콘이 된 회사들에 대한 투자 기회를 잃은 한해로 큰 후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