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위반 여부는 하루 아닌 1주일 전체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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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장근로 계산법 첫 판결
주 52시간 내에선 밤샘도 가능
주 52시간 내에선 밤샘도 가능
주 52시간 근로제(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의 연장근로 준수 여부를 따질 때 하루 8시간 초과분을 각각 더해서는 안 되며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초과분을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노사 합의 때 허용되는 주 12시간 연장근로를 어떻게 계산할지 대법원이 3년간 심리한 끝에 내린 첫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3년간 총 130회에 걸쳐 주 52시간제를 어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 근로시간은 40시간,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제53조1항은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항소심 법원은 1일 8시간을 넘는 근로시간을 각각 더해 이씨가 3년간 109회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하루 12시간(8시간+4시간)씩 주 4일간 총 48시간 근무한 경우 연장근로를 16시간(4시간×4일)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넘는 8시간만 연장근로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53조1항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현행 근로기준법 조항을 정확히 해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53조 1항은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하루 근로시간 상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현행 법문에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침해 우려는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사용자가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시키면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되는 만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명확한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2018년 5월 발표한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에서 “1주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발생하는 초과근로시간의 합계가 12시간을 넘으면 법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예컨대 하루 12시간(8시간+4시간)씩 주 4일 근무하면 총근로시간은 48시간으로 주 52시간을 넘지 않지만, 연장근로시간이 16시간(4시간×4일)이어서 위법이라는 게 고용부 해석이었다.
고용부는 당혹해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기존 행정해석 준수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고 사용자 측은 대법원 판결을 따르라고 요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오랜 기간 유지해온 행정해석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어떤 식으로 변경해야 할지 노사는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판결 취지는 존중하되 근로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도록 감독관들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실상 멈춰선 정부 근로시간제도 개편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달 13일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관련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대법원 판결이 근로자 특히 교대제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판단인 만큼 노동계에서도 논의에 참여할 유인이 생긴 것”이라며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비롯해 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 등 더 유연하게 제도를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3년간 총 130회에 걸쳐 주 52시간제를 어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 근로시간은 40시간,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제53조1항은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항소심 법원은 1일 8시간을 넘는 근로시간을 각각 더해 이씨가 3년간 109회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하루 12시간(8시간+4시간)씩 주 4일간 총 48시간 근무한 경우 연장근로를 16시간(4시간×4일)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넘는 8시간만 연장근로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53조1항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주4일 하루 12시간 근무, 기존엔 '불법' 이젠 '합법'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 계산 방식을 명확히 하면서 기업의 인력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판결을 내놨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근로일 사이 11시간 휴식을 의무화하는 대신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일보다 확대하려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연장근로 관리 단위는 1주”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 “하급심 판결과 실무에서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을 두고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연장근로 시간의) 기준으로 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주당 총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 연장근로가 몇 시간이 돼도 상관없다는 식의 과로사 조장 판결”이라며 “하루 최대 21.5시간을 일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8시간 근무마다 의무 휴게시간 1시간씩을 주게 돼 있는데, 노동계의 주장은 하루 24시간 중 2.5시간의 의무 휴게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모두 일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가정이다.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현행 근로기준법 조항을 정확히 해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53조 1항은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하루 근로시간 상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현행 법문에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침해 우려는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사용자가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시키면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되는 만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명확한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부 행정해석 변경 불가피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하루 몇 시간을 일하든 한 주의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고용부가 유지해온 행정해석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고용부는 2018년 5월 발표한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에서 “1주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발생하는 초과근로시간의 합계가 12시간을 넘으면 법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예컨대 하루 12시간(8시간+4시간)씩 주 4일 근무하면 총근로시간은 48시간으로 주 52시간을 넘지 않지만, 연장근로시간이 16시간(4시간×4일)이어서 위법이라는 게 고용부 해석이었다.
고용부는 당혹해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기존 행정해석 준수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고 사용자 측은 대법원 판결을 따르라고 요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오랜 기간 유지해온 행정해석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어떤 식으로 변경해야 할지 노사는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판결 취지는 존중하되 근로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도록 감독관들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실상 멈춰선 정부 근로시간제도 개편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달 13일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관련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대법원 판결이 근로자 특히 교대제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판단인 만큼 노동계에서도 논의에 참여할 유인이 생긴 것”이라며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비롯해 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 등 더 유연하게 제도를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