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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재건축이 끝난 아파트를 보면 가격 상승세가 무섭죠. 그래도 후발 단지에선 아직 조합원 지위 승계라는 기회가 있으니까 물어보러 오는 사람이 좀 있습니다. 여기도 재건축이 되면 가격이 2배 이상 뛸 수 있겠죠.”(서울 서초구 잠원동 A공인 대표)
사방에서 재건축 공사 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반포동 인근에서 최근 후발 단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직 재건축 브랜드가 정해지지 않은 단지에선 건설사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사업 속도에 따라 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신축 단지의 가격이 무섭게 오르자 재건축을 노린 매수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과열된 재건축 열기에 오히려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공사 수주전 치열한 신반포 12·16·27차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선 서초구 신반포27차 현장 설명회에는 무려 8개의 건설사가 참여했다. 조합이 개최한 현장 설명회에 삼성물산을 비롯해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DL건설, 호반건설, 금호건설, 대방건설 등이 참석했다. 내년 1월 22일 입찰이 마감된다. 현장에선 벌써 건설사 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은 “홍보요원이 집마다 방문하고 있다”며 “불경기란 말이 무색하게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반포 수주전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단지는 서초구 잠원동 일원에 지하 5~지상 28층, 2개 동, 21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강이 붙어 있는 데다 올림픽대로와 경부고속도로를 바로 이용할 수 있어 남은 후발 단지 사이에선 ‘알짜’로 통한다.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984억3000만원 수준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욕심내 볼 수 있다는 판단이 나다. 건설사들이 소규모 단지인 신반포27차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시공사를 정해야 할 재건축 단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반포에선 12차와 16차가 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27차 시공사 선정에서 탈락하더라도 좋은 이미지를 남기면 다른 단지에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반포 12차는 지하 3층~지상 35층, 432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일찍이 롯데건설이 수주 드라이브에 나섰다. 신반포12차에 자사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르엘’을 적용하고 세계적 건축 디자인 회사인 저디(JERDE)와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저디의 수석디자이너인 존 폴린 부사장이 신반포 12차 현장을 방문해 설계를 위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아직 시공사 선정 일정이 남아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모든 역량을 투입해 최고의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강한 수주 의지를 피력했다. 후발 재건축 단지 사이에선 400가구 이상으로 비교적 규모가 큰 데다가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잠원역이 가까워 잠원동 내 대표 재건축 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인근 신반포 16차의 시공권을 둘러싼 신경전도 치열하다. 지난 1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는 내년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 절차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이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 5~지상 34층 높이의 아파트 468가구로 재건축 예정이다. 대다수 가구가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인근 단지도 저마다 재건축 사업 속도
신반포 내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도 일제히 속도를 내고 있다. 신반포 2차는 최근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을 진행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수립에 따라 구역 면적이 기존 8만5331㎡에서 11만6070㎡로 넓어졌다. 그동안 신반포2차는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비해 사업 진행이 더뎠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신통기획 단지로 선정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1987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2057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통합 재건축을 포기하고 112가구 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 20차도 최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곳이다. 이후 신반포4지구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었지만, 단지 간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다시 한신타운과 통합 재건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이 발목을 잡았다. 단독 재건축을 추진한 단지는 지난달 재건축사업 설계용역을 발주하는 등 사업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분 쪼개기, 기부채납 등은 여전히 변수
‘신반포’란 이름을 달고 있는 재건축 후발 단지 중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신반포 27차의 경우 전용면적 53㎡가 최근 연이어 거래됐다. 지난달 해당 크기는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리며 불경기 속에서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잠원동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현재 같은 크기 매물 중 호가가 17억원을 넘긴 것도 있다”며 “작은 평형이더라도 재건축 후에는 훨씬 더 많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반포 16차 역시 최근 전용 52㎡가 18억원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크기는 지난 2월 15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그 이후로 매달 상승 거래가 발생했다. 현재도 최고 18억원에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매물이 올라와 있다. 전용 83㎡는 매수 문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서 대기 줄을 형성한 상태다.
그러나 빠른 사업 속도만 믿고 투자하기엔 여전히 위험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신반포 4차의 경우 반포 신축 아파트들과 인접한 데다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이용이 편리해 일찍부터 사업성이 높은 재건축 단지로 분류됐다.
그러나 단지와 함께 재건축되는 수영장과 부대시설에 대해 이른바 ‘지분 쪼개기’ 의혹이 불거지며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 최근에는 인근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상인들과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내홍을 겪었다.
공공재건축을 선택했던 신반포7차도 최근 조합원의 고민이 깊다. 7차는 공공재건축에 따라 종 상향과 용적률 상승이 기대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하는 데 따른 추가 기부채납을 요구하며 갈등이 커졌다. 조합과 LH는 추가 기부채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이 커지며 최근 예정됐던 서울시의 자문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향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반포라는 입지와 기부채납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확률이 높다”며 “늘어난 공사비에 사업 추진이 일부 중단된 단지도 반포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빠른 재건축에 대한 큰 기대는 금물”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