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동물 학대' 주장, 위탁 보호센터 고발 방침
보호소 폐쇄적 운영도 도마 위에…시 "보호소 직영 운영할 것"
"철창에 그대로" 집회서 버려진 개, 동물보호센터서 방치 의혹
지난달 말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 금지 특별법'에 항의하며 정부세종청사에 두고 간 개들이 세종시 위탁 동물보호센터에 보내지면서 '동물 학대'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육견협회가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철망째 놓고 간 개 11마리가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지자 협회는 소유권을 주장하며 개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6개 동물보호단체는 개들이 다시 육견협회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5일 보호소를 방문한 뒤 "유기견들이 철장 채로 방치됐다"며 이는 개들에 대한 '2차 동물 학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현장에 갔던 케이케이나인레스큐(KK9R) 김현유 대표는 19일 연합뉴스에 "보온 장치나 바람막이 없는 시멘트 바닥에 양철지붕 하나만 있는 축사 같은 곳에서 개들이 길이가 1m도 안 되는 굵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함께 현장에 나간 동물보호단체 카라도 보호소 내부 모습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11마리가 120시간을 뜰망 안에서 몸이 구겨진 채 오줌이 흥건한 바닥에 방치됐고, 불필요한 마취로 2마리는 사경을 헤매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철창에 그대로" 집회서 버려진 개, 동물보호센터서 방치 의혹
글이 올라오자 세종시청 누리집 등에는 보호소 개선을 요구하는 항의 글이 잇따랐다.

특히 시민들은 보호소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세종시민 40대 A씨는 "보호소는 시민에게 절대 개방하지 않았고, 입양 문의는 수의사에게 하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다른 지역 보호소를 통해 고양이를 입양해야 했다"면서 "예전부터 세종시 보호소가 악명 높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로 위탁 운영을 취소하고 직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세종시는 "육견 11마리는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돼 있어 개 물림 등 안전사고 위험과 다른 유기동물과의 합사 제한 등 어려움이 있었다"며 "최대한 안전하게 관리하고자 노력했으며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동물보호단체로 인계해 안전하게 임시 보호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또 위탁 보호소에 대해서는 "민간 위원회에서 보호소 내부 시설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서 선정했으며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시설 상태가 나쁜 정도는 아니다"라며 직영으로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창에 그대로" 집회서 버려진 개, 동물보호센터서 방치 의혹
위탁 보호소 측은 "육견협회에서 놓고 간 개를 하루 이틀 보호하면 다시 데려갈 줄 알았던 것뿐이지, 방치해놓은 것은 아니었다"면서 "임시 보호하는 과정에서 밥이나 물도 제때 주고 문제 될만한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민들에게 보호소를 개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부인이 출입하고 나면 꼭 동물들에게 병이 생겨서 감당이 안 된다"며 "감염 위험과 물림 사고 등 여러 문제 때문에 관리 측면에서 개방하지 않은 것뿐 문전박대를 했다거나 한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위탁보호소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KK9R 김 대표는 "시 보호소로 지정할 수 없는 열악한 시설에 보호소를 위탁한 것도 문제고, 시민들에게 노출이 돼야 동물 입양이 많아질 텐데 사유지라는 이유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라며 "그런데도 시 위탁보호소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지자체의 대응 방안이나 태도가 미흡하고 동물보호법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보여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KK9R 측은 조만간 세종시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수탁 운영하는 소장과 수의사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