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권리만 부각" 국민의힘 주도 처리…민주당 반대
교육청 "깊은 유감…필요한 행정절차 진행할 계획"…재의 요구 시사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도의회 통과…전국서 처음(종합)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충남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인권조례 폐지안이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의회는 15일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박정식(아산3)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재석의원 44명에 찬성 31명, 반대 13명으로 가결했다.

도의회 정당별 의석수는 국민의힘 34명, 더불어민주당 12명, 무소속 1명이다.

충남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자유권·평등권·참여권·교육복지권 등을 보호받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교육감은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심의기구로 충남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등을 두도록 규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성적지향과 정체성, 임신·출산과 관련한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고, 학생의 권리만 부각하고 책임을 외면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보수단체가 주민 청구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처리는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도의회 통과…전국서 처음(종합)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대전지법이 내년 1월 18일까지 주민 청구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발의 처분 효력을 정지한 만큼 폐지안 상정을 보류해달라고 의장에게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역사에 앞서 부끄러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도 폐지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 6명이 나서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며 폐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일부 조항만 개정하자고 호소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 2명도 교권붕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필요하다고 반박 토론을 했고, 이어진 표결에서 폐지가 의결됐다.

충남교육청은 즉각 입장문을 내 폐지안 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과 비차별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단순히 조례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닌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 교육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도의회 통과…전국서 처음(종합)
이어 "특히 제정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조례를 폐지하면서 당사자인 학생을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의결이 이뤄진 것은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 훼손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유엔인권이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도의회에 폐지를 우려하는 서한문을 보낸 점을 언급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학생인권조례 정당성을 확인했다고도 강조했다.

교육청은 마지막으로 "향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필요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이 지켜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행정절차란 도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하면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해야 하고,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그러나 도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를 요구받은 도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의결사항이 확정된다.

다만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위기충남공동행동과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남도의회가 주민대표로서 해야 할 마땅한 임무인 주민 인권 보장을 포기했다"며 도의회를 규탄했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도의회 통과…전국서 처음(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