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감리 공사중지권 강화…지자체 감리지정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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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이후 30년간 '감리 강화' 같은 외침…제도가 문제?
'우수 감리자' 국가가 인증…감리 전문법인 도입
아파트 건설현장 주요 공정 공공이 직접 점검 국토교통부가 '철근 누락' 사태 4개월 반만인 12일 발표한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은 건설 현장의 감리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지는 않는다.
현행 감리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여러 보완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때부터 대형 건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외친 '감리 강화'가 이번에도 응답 없는 메아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이 상당하다.
◇ 감리가 공사 멈춰 세운 현장, 5년간 14곳 불과
부실 공사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거론되는 것이 '감리'다.
감리는 공사 주요 단계마다 설계도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이와 다르게 진행되면 시정 조치나 공사 중지 조치를 해야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감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감리 지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도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땐 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한다.
앞으로는 30세대 이상 주택과 300세대 미만 주상복합뿐 아니라 다중이용건축물(5천㎡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도 건축주가 아닌 지자체가 적격심사를 통해 감리를 지정하도록 한다.
공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발주처 대신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이 감리를 선정하도록 바꾼다.
문제는 감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감리 역량이 떨어지고 시공사·발주처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결될 때까지 감리인이 공사를 중지시켜야 하지만, 공기 지연을 꺼리는 발주처 앞에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근 5년(2018년 7월∼2023년 7월)간 책임감리 현장에서 감리가 공사 중지를 한 사례는 14건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할 때 건축주뿐 아니라 인허가청(지자체)에도 함께 보고하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렇게 하면 지지체가 동시에 문제를 확인하고 관여할 여지가 생긴다.
지금은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시공사가 수용하지 않을 때만 인허가청에 보고하게 돼 있다.
◇ 현장 감리 60%가 60∼70대…감리 전문성 강화 추진
감리의 능력 부족과 고령화, 지나치게 낮은 감리 단가도 감리 기능이 약한 원인으로 꼽혀왔다.
현장에 배치된 감리 인력 1만9천명 중 60대는 8천900명, 70대는 2천600명으로 60.5%가 60∼70대다.
20∼30대는 900명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실력이 우수하고 전문성을 갖춘 감리자를 국가가 인증하는 '국가인증 감리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증받은 감리자에게는 입찰 가점과 책임감리 자격을 부여한다.
영세 감리업체의 부실 감리를 방지하기 위해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감리 전문법인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대부분이 설계와 감리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감리 전문법인에도 입찰 선정 때 가점과 고층 건축물 감리 역할을 부여한다.
이와 함께 건축물의 뼈대인 구조를 설계하는 건축구조기술사가 감리에 참여하도록 한다.
현행 주택법상으로는 감리자가 건축구조기술사와 의무적으로 협력하도록 하는 경우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 한정돼 있는데, 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 설계는 건축사가,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가
설계 단계에서는 명확한 설계 책임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토부는 설계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해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잘못했거나, 계산을 제대로 했더라도 건축사가 설계도면에 잘못 옮겨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철근 누락 사태 원인의 다수였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를 감리마저 발견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부는 구조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난 데 대응해 '건축구조기사' 자격을 신설해 구조도면 작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구조안전심의는 구조안전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로만 구성된 구조 분야 전문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시공 단계에서는 공공(국토안전관리원)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주요 공정 의무 점검'을 도입한다.
10층 이상 공동주택 공사 현장이 대상이다.
건축물 구조 안전성과 감리 업무실적 점검 이후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아야 콘크리트 타설 등 후속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와 함께 건축물의 정기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안전점검 업체가 시공사에 예속되는 일이 없도록 계약 주체는 시공사에서 발주청으로 바꾼다.
불량 골재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채취에서 현장 납품까지 골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발주 단계에서는 건축주가 시공사에 적정한 공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사유형별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 카르텔 혁파 방안 대부분이 법 개정 필요
국토부가 내놓은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대부분은 건축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토부는 "즉시 개정이 가능한 하위법령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고, 신규 발의가 필요한 법령은 최대한 신속히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 발의 및 처리 시기가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국토부는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가 났다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이번 대책에도 포함시켰지만, 관련 조항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대표발의)은 아직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연합뉴스
'우수 감리자' 국가가 인증…감리 전문법인 도입
아파트 건설현장 주요 공정 공공이 직접 점검 국토교통부가 '철근 누락' 사태 4개월 반만인 12일 발표한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은 건설 현장의 감리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지는 않는다.
현행 감리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여러 보완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때부터 대형 건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외친 '감리 강화'가 이번에도 응답 없는 메아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이 상당하다.
◇ 감리가 공사 멈춰 세운 현장, 5년간 14곳 불과
부실 공사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거론되는 것이 '감리'다.
감리는 공사 주요 단계마다 설계도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이와 다르게 진행되면 시정 조치나 공사 중지 조치를 해야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감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감리 지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도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땐 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한다.
앞으로는 30세대 이상 주택과 300세대 미만 주상복합뿐 아니라 다중이용건축물(5천㎡ 이상 문화·집회·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도 건축주가 아닌 지자체가 적격심사를 통해 감리를 지정하도록 한다.
공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발주처 대신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이 감리를 선정하도록 바꾼다.
문제는 감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감리 역량이 떨어지고 시공사·발주처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결될 때까지 감리인이 공사를 중지시켜야 하지만, 공기 지연을 꺼리는 발주처 앞에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근 5년(2018년 7월∼2023년 7월)간 책임감리 현장에서 감리가 공사 중지를 한 사례는 14건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할 때 건축주뿐 아니라 인허가청(지자체)에도 함께 보고하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렇게 하면 지지체가 동시에 문제를 확인하고 관여할 여지가 생긴다.
지금은 감리가 시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시공사가 수용하지 않을 때만 인허가청에 보고하게 돼 있다.
◇ 현장 감리 60%가 60∼70대…감리 전문성 강화 추진
감리의 능력 부족과 고령화, 지나치게 낮은 감리 단가도 감리 기능이 약한 원인으로 꼽혀왔다.
현장에 배치된 감리 인력 1만9천명 중 60대는 8천900명, 70대는 2천600명으로 60.5%가 60∼70대다.
20∼30대는 900명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실력이 우수하고 전문성을 갖춘 감리자를 국가가 인증하는 '국가인증 감리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증받은 감리자에게는 입찰 가점과 책임감리 자격을 부여한다.
영세 감리업체의 부실 감리를 방지하기 위해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감리 전문법인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대부분이 설계와 감리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감리 전문법인에도 입찰 선정 때 가점과 고층 건축물 감리 역할을 부여한다.
이와 함께 건축물의 뼈대인 구조를 설계하는 건축구조기술사가 감리에 참여하도록 한다.
현행 주택법상으로는 감리자가 건축구조기술사와 의무적으로 협력하도록 하는 경우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 한정돼 있는데, 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 설계는 건축사가,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가
설계 단계에서는 명확한 설계 책임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토부는 설계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해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잘못했거나, 계산을 제대로 했더라도 건축사가 설계도면에 잘못 옮겨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철근 누락 사태 원인의 다수였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를 감리마저 발견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부는 구조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난 데 대응해 '건축구조기사' 자격을 신설해 구조도면 작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구조안전심의는 구조안전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로만 구성된 구조 분야 전문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시공 단계에서는 공공(국토안전관리원)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주요 공정 의무 점검'을 도입한다.
10층 이상 공동주택 공사 현장이 대상이다.
건축물 구조 안전성과 감리 업무실적 점검 이후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아야 콘크리트 타설 등 후속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와 함께 건축물의 정기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안전점검 업체가 시공사에 예속되는 일이 없도록 계약 주체는 시공사에서 발주청으로 바꾼다.
불량 골재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채취에서 현장 납품까지 골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발주 단계에서는 건축주가 시공사에 적정한 공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사유형별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 카르텔 혁파 방안 대부분이 법 개정 필요
국토부가 내놓은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대부분은 건축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토부는 "즉시 개정이 가능한 하위법령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고, 신규 발의가 필요한 법령은 최대한 신속히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 발의 및 처리 시기가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국토부는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가 났다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이번 대책에도 포함시켰지만, 관련 조항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대표발의)은 아직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