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평 "브릿지론 30∼50% 최종 손실 전망"
S&P글로벌 "빠른 금리 인하 기대감 경고…내년 하반기에나 시작"(종합)
최근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반영하고 있는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섣부르다는 신용평가사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루이 커쉬 S&P글로벌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나이스신용평가 공동 주최 간담회에서 "여러 금융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낮출 거라고 전망하는데 우리가 경고하는 것은 연준이 급격하게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낮출 거라고 하는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S&P글로벌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담당 상무 역시 "여러 가지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 중요할 텐데 내년에도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고금리가 장기간 유지되는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P글로벌은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2%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로 예상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은 'A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킴엥 탄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전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해 전세계 국가들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개선 추세가 국가 신용등급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중동 전쟁에 더 많은 국가가 관여하고 피해가 초래돼 에너지 공급이 타격을 받게 되면 유가는 급등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가의 신용지표가 영향을 받고 경상수지와 재정 모두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아시아 많은 국가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며 "선거 시기가 도래하면 정부는 승리하기 위해 신용지표 악영향을 경감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기관 신용등급 관련 주제로 발표한 김대현 S&P글로벌 상무는 "한국 은행들의 위험 관리 여력을 고려할 때 신용등급을 훼손할 정도로 건전성이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은행보다는 비은행 예금기관, 특히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높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태훈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상무는 "가계부채, 부동산PF 부실화에 대한 정리와 재구조화 작업이 가시화되는 해가 내년이 될 것"이라며 특히 금융업종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나이스신평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나타내는 P/N비율(등급전망 '부정적' 대비 '긍정적' 비율)을 보면 비금융 업종은 1배였으나, 금융 업종은 0.2배로 등급 하향 압력이 더 높았다.

기 상무는 "부동산 PF 및 고금리 위험이 많은 금융업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며 등급 간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혁준 나이스신평 금융평가본부 상무도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은 불리한 사업환경과 저조한 실적으로 내년에도 하방압력 지속될 것"이라며 많은 부동산PF 사업장에서 특히 브릿지론 손실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상무는 "브릿지론 만기 연장은 기준금리 조기 인하와 부동산 시장 회복을 전제로 한 거였는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기대가 무산됐다"면서 "브릿지론 관련 토지의 경공매 확대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현재 주식시장은 팬데믹 기간 형성된 거품이 거의 다 제거됐으나 부동산시장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상승 폭이 작아 거품이 충분히 빠지지 않았다"면서 "분양 원가 측면에서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이 급증하면서 토지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산관리공사나 경공매를 통해 처분되는 브릿지론 토지의 매매 가격은 대출 금액 대비 30∼50% 낮은 수준이라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서서히 수년에 걸쳐 브릿지론을 정리하는 작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