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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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국채, 원자재 Zero Day 옵션 상장
0DTE 적용 Definace ETF

파생상품인 옵션(Option) 기반의 ETF 성장이 가파르다. 다우존스 등 대표지수를 시작으로 개별종목 커버드콜까지 기초자산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략 관점에서는 단순히 현물을 매수하고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에서 풋옵션과 콜옵션의 매수와 매도를 합성해 손실위험을 방어하는 ‘버퍼(Buffer)’ 전략 ETF까지 출시되었다. 여기에 더해 만기 당일 매수와 매도를 완료하는 ‘Zero Day to Expiration(만기)’ 투자전략까지 등장하고 있다. 첫 글자만 요약해서 ‘0(숫자)DTE’라고 불린다.

미국의 옵션 만기일은 일반적으로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이다. 그런데 2022년 중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매주 월, 수, 금 만기가 도래하는 위클리(Weekly) 옵션의 만기일을 화, 목까지 확장하며 사실상 매일 만기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0DTE 옵션은 팬데믹을 계기로 한 유동성 확장정책으로 거래량이 급증했는데 올해는 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한 옵션의 전체 거래량 중 43%를 차지했다. 일평균 거래만 123만 계약으로 기초자산의 명목 금액(Notional value)이 약 5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만기별 옵션 거래 비중
미국 만기별 옵션 거래 비중
옵션의 가치는 행사가격과 기초자산 가격의 차이인 내재가치와 만기까지 남아있는 기간의 가격 변화에 대한 기대가 녹아 있는 시간가치로 구성된다. 이슈는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시간가치의 감소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기 당일 옵션가격의 변화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 이렇게 투기적 성격이 강한 0DTE의 거래량 급증을 두고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2018년 2월 장기 상승 추세에 있던 S&P500지수가 단 9일 만에 -10% 하락했었다. 이를 두고 ‘Volmageddon’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변동성을 의미하는 Volatility와 혼란을 상징하는 Armageddon(아마겟돈)의 합성어다. 변동성을 활용하여 투자하는 헤지 펀드(Hedge Fund) 때문에 지수의 하락이 단기간에 빠르게 진행되었다고 부쳐진 이름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급증한 0DTE로 인하여 현물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소위 ‘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 위험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나스닥 거래소는 0DTE가 가능한 옵션 5개를 상장했다. 기초자산은 원유(USO), 천연가스(UNG), 금(GLD), 은(SLV), 미국20년만기국채ETF(TLT)이다. 나스닥은 0DTE 옵션 추가 상장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으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같은 이벤트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인사이트(Insight) 자료를 보면 0DTE옵션거래 활성화 후에도 S&P500의 일중 변동성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0DTE를 이용한 ETF도 있다. Defiance ETF는 지난 9월 나스닥100과 S&P500을 기초자산으로 매 영업일 만기에 풋(Put)옵션을 매도하는 ETF를 상장했다. 구조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풋옵션의 매도 손익구조는 현물을 매수하고 콜(Call)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상품과 유사하다. 남은 현금으로는 6개월에서 2년 수준의 단기 국채를 매수하여 옵션 담보로 활용하는 동시에 4~5% 수준의 국채 수익률을 추구한다.

또 풋옵션 매도를 실행할 때 행사가격과 기초자산 가격이 같은 ATM(At the Money, 등가격) 옵션부터 행사가격이 5% 더 높은 ITM(In the Money, 내가격) 옵션까지 선택한다. 따라서 만기 당일 빠르게 감소하는 시간가치(이런 현상을 Time Decay라고 한다)로 인한 풋옵션의 프리미엄에 ITM 옵션의 내재가치까지 인컴 수익을 더하게 된다. 주식의 배당, 채권의 이자에서 인컴의 원천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0DTE 옵션 ETF 비교
0DTE 옵션 ETF 비교
Defiance ETF의 티커는 기초자산을 의미하는데 유사한 커버드콜 ETF와 1개월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0DTE를 적용한 ETF가 높다. 추가 수익률의 원천이 기초자산의 가격상승인지 변동성 확대로 인한 0DTE의 프리미엄 우위 때문인지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을수록 옵션 프리미엄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 0DTE가 더 좋은 상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장된 기간이 너무 짧고, ATM 콜옵션을 매도하는 일반 커버드콜과 5% ITM 풋옵션까지 활용하는 Defiance ETF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0DTE 시장과 이를 활용한 투자상품의 출시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사람과 유사한 인공지능이라고 정의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와 사람의 지능을 능가한다는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까지 소개되고 있는 시대다. 이미 언급했 듯 옵션을 활용한 금융상품도 개별종목 옵션을 넘어 버퍼(Buffer) 전략과 0DTE 옵션 ETF까지 상장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시도일 수는 있지만 진화하는 시대에서 시장과 상품을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