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신건강정책 대전환 혁신방안 발표…'예방부터 회복까지'
폐쇄병동 관리료 등 95% 인상…일상 마음돌봄~중증환자 관리 '전주기 관리'
"사법입원제 사회적 논의 시작"…자살 상담전화 '109' 단일화
10년내 자살률 절반으로…100만명 심리상담·청년 2년마다 검진(종합)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예방에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전단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신건강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청년층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방침이다.

신속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위한 대응체계를 재정비하는 한편 정신질환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복지서비스 강화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힘쓴다.

정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예방부터 회복까지'를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한 뒤 이러한 내용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혁신방안을 통해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당 25.2명인 국내 자살률을 10년 안에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10년내 자살률 절반으로…100만명 심리상담·청년 2년마다 검진(종합)
◇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2배로
정부는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

내년 정신건강 중·고위험군 8만명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 임기 내 100만명에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거나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유가족, 의료기관이나 복지센터에서 정신건강에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이들부터 제공된다.

이를 통해 2021년 기준 12.1%에 불과한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을 2030년에 2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조기에 알아챌 수 있도록 20∼34세 청년층의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우울증뿐 아니라 조현병·조울증도 검사하기로 했다.

대상자는 약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정신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고위험군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조울증·조현병 등의 발병 시기가 20∼30대이고, 조기 발견 시 적절한 치료를 거쳐 회복할 수 있다고 알려진 데 따라 청년에 대해 우선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하게 됐다"며 "청년층에 먼저 도입한 후 단계별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7월부터 자살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 일반 국민에게는 자살 예방인식개선 교육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각각 실시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신고·상담을 위한 전화번호는 내년부터 '109'로 통합·운영한다.

그동안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전화 1588-9191 등으로 나뉘어져 있던 창구를 단일화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 조치다.

상담원도 현재 80명에서 내년 100명으로 늘리고, 통화보다 메시지를 선호하는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SNS 상담도 도입한다.

카카오톡, 네이버에 정신건강 자가진단 사이트를 연계해 모바일 정신건강 점검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내놓는다.

이 사이트에선 누구나 회원 가입 없이 정신건강 검사 등을 받은 뒤 결과에 따른 대응법과 정신건강관련기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직장 내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중대산업재해 경험자·감정 노동자를 위한 직업 트라우마센터도 올해 14곳에서 내년 2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용센터에선 실직자·구직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극복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10년내 자살률 절반으로…100만명 심리상담·청년 2년마다 검진(종합)
◇ 중증 정신질환 치료체계 정비…치료 중단 '방지'
중증 정신질환 환자가 중단 없이 지속해서 치료·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한다.

응급상황에 24시간 출동이 가능하도록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관 합동 대응센터를 설치하고, 외상과 질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정신질환도 신체질환과 대등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내년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은 95% 인상해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높인다
사법기관이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법입원제를 포함한 비자의입원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후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 의료인과 법조계·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지자체장이 외래치료 지원을 결정하고 불응 시 입원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외래치료 지원제'도 활성화한다.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이 있으면 퇴원 시 본인 동의가 없어도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이들의 정보를 넘겨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진료와 방문 상담 등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게끔 수가를 정비하고, 비교적 고가였던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본인 부담을 완화해 적극적인 사용을 독려하기로 했다.

10년내 자살률 절반으로…100만명 심리상담·청년 2년마다 검진(종합)
◇ 정신질환자 '일상 회복' 지원…'캠페인'으로 차별·편견 해소
정신질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도 역량을 모은다.

정신요양시설의 입소 절차와 인력 기준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재활시설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한다.

입소자 전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필요 시 적합한 시설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신질환자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고, 임대주택 등으로 주거를 지원한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상 일자리 등을 제공해야 하는 취약계층의 범위에 중증 정신질환자를 포함하고, 정신장애인에 특화한 일자리도 개발해 지원키로 했다.

정신장애인 고용률을 2021년 10.9%에서 2030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신질환자들이 보험 가입 등에서 차별을 겪는 지 점검하고 이들을 위한 적합한 보험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학 동아리, 정신질환자 홍보대사 등과 함께 '정신질환은 고칠 수 없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등 편견을 해소하는 대국민 캠페인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추진상황과 세부사항을 정비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 양성과 처우 개선에도 나선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우리나라 정신 건강 수준 위험한 수준이라는 심각성 인식하고 국가 어젠다로 정책 혁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질환자도 제대로 치료받고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정신건강정책 집행을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자로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내년도 정신건강정책 예산은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539억원을 포함해 3천866억원이 편성돼 있다.

올해보다 706억원 증액한 규모다.

10년내 자살률 절반으로…100만명 심리상담·청년 2년마다 검진(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