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시간의 기록' 대전성모병원, 코로나19 대응백서 발간
"'면회는 불가능하다'고 모진 말도…" 간호사의 코로나19 수기
"보호자들에게 비수와 같은 말들을 쏟아내고 돌아서서 방호복을 입고 장갑을 고쳐 끼며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가족들 대신 제가 이 자리에 있어서…' 라고"
5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감염관리실 펴낸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대응 기록을 정리한 백서에 담긴 내용이다.

'코로나19 감염관리 대응 백서-감염관리실 1250일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백서에는 당시 현장의 경험을 생생히 그려낸 의료진의 코로나19 대응 수기가 실렸다.

한 간호사는 환자실 격리병상 안에서 홀로 죽음을 맞아야 했던 한 환자와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도 없었던 가족들을 떠올리며 애도했다.

그는 "어제 내 손을 맞잡았던 환자가 다음날 고용량의 산소기를 달고 기운 없이 쳐져 있었고, 결국엔 인공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게 됐다.

항생제와 약제들도 호전이 없었고 환자의 손을 잡을 수도,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할 수도 없는 가족들에게 '격리 상태로 면회는 불가능하다'는 모진 말을 내뱉어야 했다"면서 가슴 아파했다.

이어 "나만을, 내 손길을 기다렸던 환자를 외롭게 떠나보내야 했던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힘들고 아픈 경험이 되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런 시간을 묵묵히 이겨낸 나와 우리들이 있기에 지금의 일상이 더 소중하고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간호사는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코로나19 중증 증세로 음압격리실로 옮겨졌던 한 할머니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휴대전화가 없어 외로워하시던 할머니를 보고 근무자들이 병원 1·2층에 있던 잡지를 모두 모아 전달했지만 눈이 침침해서 보지 못하셨고, 이를 전해 들은 그날 나이트 근무자가 출근하면서 돋보기를 사서 할머니께 전달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최대 용량으로 유지하고 있을 정도의 상태여서 책을 읽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할머니 적적하지 않게 해드리기'가 업무 인계의 최대 미션이 됐고, 이에 넷째 날 근무자가 작은 라디오를 하나 사서 방에 넣어드렸다.

그 뒤로 할머니가 계신 음압격리실에 라운딩을 갈 때는 늘 라디오에서 작은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고.
백서에는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시에서 27명의 원인 불명 폐렴 환자가 발생한 이후 국내 병원들의 대응 체계 구축 과정과 대전성모병원 코로나19 컨트롤타워의 운영 성과, 교직원 감염관리 교육·훈련 과정 등이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