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덴버박물관과 전시…故 이건희 기증품 등 소개
조선 분청사기부터 현대 회화·도자 등 123점 한 자리서 선보여
화려한 고려청자와 단아한 조선백자 사이를 잇는 분청사기는 수수한 듯하지만, 다양한 기법이 돋보인다.

도장으로 균일한 무늬를 찍어 내는 인화(印花), 넓고 굵은 붓으로 흙을 바르는 귀얄, 백톳물에 그릇을 담그는 덤벙 등 문양을 더한 방식이 여럿이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매력의 분청사기를 소개하는 전시가 미국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덴버박물관과 함께 2025년 12월 7일까지 약 2년간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 전시를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덴버박물관 내 한국실 공간과 인근 잭슨 갤러리를 활용한 전시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조선시대 '모란과 넝쿨무늬 항아리'를 비롯해 현대 회화·도자 작품 등 총 74건 123점을 소개한다.

전시에서는 분청사기의 조형적 미감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유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회색이나 회흑색 태토(胎土·도자기를 만드는 흙)에 하얀 흙으로 분장한 항아리, 장군(물이나 술 등을 담는 데 쓰는 그릇)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은은한 연보랏빛 색감이 돋보이는 전시실 벽을 배경으로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분청사기 등 다양한 작품을 보며 독특한 미감과 감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분청사기의 기법과 조형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도 함께 공개된다.

전시실 벽면에는 김환기, 윤형근 작가의 단색 회화를 걸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분청사기의 매력을 강조한다.

윤광조, 이강효, 허상욱 등이 만든 현대 분청사기 작품도 전시된다.

박물관 측은 "거침없고 해학적이며 과감히 틀을 깬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기법과 한국 단색 회화의 자유분방한 표현이 어우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어긋나고 조각난 분청사기 조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실에는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독특한 형태의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조각 40여 점이 한데 모여 있어 힘을 뺀 듯한 자유분방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두 박물관은 약 2년간 전시를 진행하며 한국의 전통문화도 현지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이승민과 이재이는 덴버박물관이 소장한 주요 한국 문화유산을 재해석한 현대 미술품을 제작해 전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분청사기 특별전과 연계한 강연도 덴버박물관과 콜로라도 내 대학에서 열린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분청사기는 500년 전에 제작됐지만 현대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한국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이 미국의 관람객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