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국영 석유회사 현직 CEO이면서 COP28 의장 맡아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주장에 "과학이 없다" 반박 '논란'
COP28의장, '화석연료 옹호' 논란에 "과학 존중"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런 상식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의장이 자신을 향한 언론의 공격에 불만과 해명을 내놨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COP28 의장의 역할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시도에 상당히 놀랐다"며 영국 신문 가디언을 겨냥했다.

가디언은 지난달 21일 알자베르 의장이 한 온라인 행사에서 한 발언을 재차 조명했다.

당시 자베르 의장은 전 유엔 기후변화 특사인 매리 로빈슨의 질문에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은 없다"고 주장했다.

자베르 의장은 또 세계가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 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UAE의 첨단산업기술부 장관이자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CEO인 그가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 산업을 무리하게 비호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이번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에 "과학은 분명하다.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억제는 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을 중단할 때만 가능하다"며 명확한 기간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자베르 의장은 이날 "맥락을 벗어난 한마디 발언이 와전되면서 엄청난 언론보도의 대상이 됐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과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일부 기후 활동가들은 세계 6위의 석유 수출국인 UAE가 COP28을 개최하자 일종의 '화이트 워싱'(더러운 곳을 가리는 행위)라고 비판해왔다.

특히 ADNOC 홍보 전문가들이 총회 홍보팀에 합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회를 빌미로 화석연료 산업을 홍보하려는 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세계 최대 규모의 회의인 COP의 의장국이면서도 이 행사를 기회로 석유 산업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UAE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4일 "UAE는 일찌감치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과 책임을 깨닫고 이를 위한 터보엔진을 달았다"며 "지난 15년간 청정에너지 계획에 40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