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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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추가 감산 공식 합의 못해
“실제 감산 50만 배럴 그칠 것” 전망도

3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2% 넘게 하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은 이날 회의에서 하루 약 90만배럴의 원유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은 감산 규모가 예상치를 밑돌 뿐더러 실제 감산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회의에서 ‘감산 할당량’을 거부한 앙골라처럼 이탈자가 더 나올 수 있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1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9달러(2.4%) 내린 배럴당 75.96달러에 마감했다. 11월 한 달간 6.2% 떨어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2월물)은 전장보다 2달러(2.4%) 하락해 배럴당 80.86달러에 거래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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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OPEC+은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등 일부 회원국들이 내년 1분기까지 하루 총 220만배럴의 원유 감산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그간 시행해온 각각 100만배럴, 3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이 포함된 수치다. 두 국가는 연말까지 원유 생산량을 감축할 예정이었지만 1분기로 기한을 연장했다.

이에 따르면 추가 감산 규모는 하루 약 90만 배럴이다. 앞서 로이터 등 외신들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던 추가 감산 규모(하루 최대 2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친다.

이탈자도 나왔다. 앙골라는 최종적으로 감산을 거부하고 현재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은 앙골라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110만배럴에서 20만배럴로 낮추려 했으나 앙골라의 저항은 거셌다. 당초 지난달 2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OPEC+ 회의가 30일 온라인 회의로 대체된 이유도 앙골라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의 원유 감산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앙골라의 OPEC 이사인 에스테바오 페드로는 인터뷰에서 “OPEC에 불복종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입장을 제시한 것이며 OPEC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앙골라의 반항은 (OPEC+에) 에콰도르가 탈퇴했던 골치 아픈 기억을 되살릴 것”이라고 썼다. 남미 산유국인 에콰도르는 2017년 OPEC이 제시한 원유 할당량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힌 후 결국 OPEC을 탈퇴했다.

시장은 물밑에서 앙골라 같은 이탈자가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이 이번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감축을 의무화하지 않아서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OPEC+의 감산은 자발적 감산이지 공식 합의는 아닌 것 같다”며 “(이번 합의의) 상당 부분이 서류상의 약속일 뿐 실제로 시장에서 원유 감산량은 적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컨설팅 업체 팩트글로벌에너지(FGE)의 제임스 데이비스 연구원은 “실제 감산 규모는 4분기 대비 50만배럴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OPEC+은 세계 9위 산유국인 브라질을 회원국으로 초대했다. 알렉산드르 실베이라 브라질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브라질이 내년 1월부터 OPEC+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감산 기조를 강화하는 OPEC+과 달리 브라질은 최근 원유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브라질은 3분기에 하루 평균 18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수치다. 브라질 정부는 2029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540만배럴로 늘려 세계 4위 산유국이 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중남미 담당 이사 슈라이너 파커는 “가격 통제를 위해 원유 시장점유율을 희생하는 것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필요악이지만 브라질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