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쏜 위성 이르면 29일부터 정식 임무…北주장 촬영 시간과 위치는 일치
발사 일주일 남짓만에 전력화…軍 운용성 확인에 의문
北정찰위성 정식임무 카운트다운…촬영 사진 품질엔 '물음표'
북한이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우주로 보낸 직후부터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시설 촬영 사진을 전송받았다고 선전함에 따라 정찰위성을 이토록 빠르게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북한은 위성 안정화에 필요한 각종 작업을 생략·단축함으로써 일단 최대한 신속하게 실전에 투입하고 보려는 심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동지께서 27일 오전과 28일 새벽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로부터 25∼28일 정찰위성 운용 준비 정형(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시각 27일 오후 11시 35분 53초∼36분 25초 위성이 미국 일대를 촬영한 사진들을 이날 새벽 보고받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위성 발사 이후 22일부터 꾸준히 위성 사진 보고를 받았다고 북한이 주장했는데, 북한이 밝힌 위성의 사진 촬영 시간과 위치는 한미 당국이 추정하는 위성의 궤적 선상과 대략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만리경 1호는 궤도에서 필요한 지구상 지점에 대한 촬영 및 촬영 사진의 평양 전송까지 이상 없이 수행해 내는 셈이다.

북한은 '세밀조종' 기간을 거쳐 내달 1일부터 위성이 정식 정찰 임무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세밀조종이 1∼2일 정도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르면 29일부터 만리경 1호가 '정식 임무'를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北정찰위성 정식임무 카운트다운…촬영 사진 품질엔 '물음표'
위성이 발사로부터 열흘이 채 안 되는 시점에 실전에 투입된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에 따르면 위성은 궤도에 가까이 가면 탑재한 연료를 이용해 애초 계획한 궤도에 정확히 안착하게끔 미세 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어 카메라 등 관측 도구가 지구를 향하고 지상 관제소와 교신이 이뤄질 수 있게끔 위성의 자세를 정렬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위성이 지상 관제소와 통신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하므로 한 번 만에 성공하지 못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위성이 지구를 돌아 다시 통신 범위 안으로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자세를 잡은 다음에는 촬영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위성과 피사체인 지구 모두 움직이고 있으므로 촬영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촬영된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해야 사진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전송 역시 고난도 기술에 속한다.

이런 과정을 운용하는 기능별 인원들의 업무 숙달 과정 역시 필수다.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이런 전력화 과정을 정찰위성을 운용해본 경험도 없는 북한이 약 열흘 만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류성엽 위원은 북한이 촬영했다는 사진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만약 촬영이 사실이더라도 "제대로 된 품질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절차상 시험평가를 거쳐야 전력화가 됐다고 할 수 있다"며 "시범 운영을 통해서 군이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지를 평가하는 과정이 있어야 군사정찰위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평가 기간으로 일주일은 턱없이 짧다는 취지다.

북한은 인공위성 수명을 고려해 조바심을 내는 것일 수도 있다.

만리경 1호가 떠 있는 500㎞ 안팎의 고도는 지구저궤도(LEO)에 속하며, LEO 위성은 평균 5년 정도의 수명을 보인다.

자원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정찰위성 1호기를 최대한 빠르게 전력화한 뒤 추가로 정찰위성들을 발사해 정찰 주기를 단축하려는 계획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