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인구통계용 컴퓨터 가동이 '전자정부' 시발점
눈부신 발전으로 OECD 디지털정부 평가 1위 오르기도
"외연 확대 치중하기보다 '안정성 담보' 내실 기해야"
디지털정부 도입 56년…전산망 사태 '오점'으로 남을까
한국이 '디지털정부(前 전자정부)'를 도입한 지 56년이 됐다.

긴 디지털정부 역사 속에서 이번 정부 또한 '국민·기업·정부가 함께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펴고 있다.

그러나 전산망 오류가 반복돼 국민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겉보기에 화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치중하느라, 정작 디지털의 기본인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 환경'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한국이 디지털정부의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67년 6월 24일이다.

당시 경제기획원에서 도입한 인구통계용 컴퓨터가 가동을 시작한 것이 한국 디지털정부의 시초로 꼽힌다.

1980년대에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주민·자동차·부동산 행정 전산화를 추진했고, 1990년대에는 행정·금융·국방 등 5대 국가기간전산망을 구축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지식정보 혁명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이루고자 디지털정부의 토대가 된 '전자정부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정부 11대 과제와 디지털정부 31대 로드맵을 통해 디지털정부 발전을 지속 추진했다.

그 결과 한국의 디지털정부는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종합 1위, 지난해 유엔(UN) 전자정부 평가에서는 종합 3위에 오르는 등 세계가 인정하는 디지털정부 선도 국가로 올라섰다.

한국은 디지털플랫폼정부 해외 진출센터를 개설하는 등 디지털정부의 우수 서비스를 수출 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정부 수출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억5천달러(약 4천억원)로, 2011∼2021년 10년간 누적 수출액은 40억 달러(약 5조2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잇따른 전산망 오류 사태는 가장 기본이 돼야 할 대국민 서비스의 작동이 멈췄다는 점에서 큰 오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전산망 오류로 국민이 필요 서류를 발급받지 못해 불편을 겪었음에도 이에 대한 안내가 늦었고, 원인을 밝히기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리는 등 대처도 미흡했다.

정부가 디지털 정부 구현에 있어 내실을 기하기보다 외연을 확대하는 데만 신경 쓴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정부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본은 충실히 해야 한다"며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보다 네트워크의 안정성 및 신뢰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고, 그것이 담보되지 않으면 다른 서비스는 무용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역사에 늘 성공 사례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듯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디지털정부가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김영갑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번과 같은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생길 수 있다"며 "그때마다 조금씩 보완해나가면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