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전 수칙 설명만으로 업무상 주의 의무 다했다 볼 수 없어"

수심 1m 미만 수영장에서 어린이가 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수영장 측의 관리 책임을 명시한 판결이 나왔다.

깊이 85㎝ 수영장서 5세 배수구에 손 끼어 사망 업주에 금고형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단독(이상엽 부장판사)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수영장 설치 카페 업주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초래됐고 A씨가 이 사건 사망사고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해하는 등 그 책임이 중하고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은 현재까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지도 못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0년부터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깊이 85㎝, 바닥 면적 21㎡인 수영장 5곳이 설치된 카페를 운영했다.

2021년 9월 12일 보호자와 함께 카페를 찾은 B(5) 군은 수영장에서 놀다가 배수구에 손이 끼어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 군은 이튿날 오전 사망했다.

A씨는 수영장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조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카페 업주에게 업무상 주의 의무가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업주 측이 B군 보호자에게 안전 수칙을 구두로 설명한 사실은 인정했다.

당시 카페에도 이 같은 안전 수칙이 붙어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조치에도 A씨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일반적·추상적으로 알리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고객이 의도치 않게 이용상 제한을 위반하는 경우까지 대비해 합리적 조처를 했을 때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영장 배수구에 덮개를 덮거나 보호망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며 "업주 측이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B군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영장 카페에서 6살 아이가 억울하게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풀장 어린이 사망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업주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