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모델로 탄소저감…네트워크 장비 회수해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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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경제매체 포춘이 꼽은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최근 3년 연속 1위에 오른 대형 네트워크 업체다. 이 기업이 미국인들의 최선호 직장이 된 데엔 경영 실적뿐 아니라 직원들의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등 ESG 친화적인 기업문화가 뒷받침됐다
[한경ESG] ESG Now
시스코는 정보통신(IT)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네트워크 기업이다. 지난 11월 21일 기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936억 달러(약 252조원)에 달한다. 엔비디아의 경쟁자로 꼽히는 AMD의 시가총액(1925억 달러)보다 많다. 이 회사의 2023 회계연도(2022년 8월~2023년 7월) 매출은 570억 달러(약 75조원)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면서 네트워크 시장이 수혜를 본 덕이다.
시스코는 3가지 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전환, 순환형 사업모델 구축, 생태계 복원력 투자 등이다. 〈한경ESG〉가 메리 드 와이소키 시스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스코의 ESG 경영 전략에 대해 물었다.
지역사회 봉사에 10일 유급휴가 지원
시스코는 ESG 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몰입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봉사활동 목적으로 최대 10일의 유급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본사가 있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해당되는 얘기다. 직원들의 지역사회 봉사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으로 이어져 업무 몰입 효과도 커질 것이란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와이소키 CSO는 “지난 20여 년간 경영과 직원 활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한 결과 적극적인 봉사 참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한다고 판단했다”며 “직원 중 80% 이상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일일이 검증할 필요 없이 자발적으로 봉사 목적 휴가를 쓸 수 있다. 이들이 직접 봉사하고 싶은 영역을 정해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된다는 것이 와이소키 CSO의 설명이다.
시스코의 봉사활동 장려 정책은 2025년 안에 전 세계 10억 명에게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이 기업의 목표와 맞물려 있다. 10억 명이라는 목표는 지역사회에서 인재를 교육하거나 환경 개선에 기여한 결과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추론해서 잡은 수치다. 양성한 인재가 다른 이에게 미칠 파급력까지 고려한 계산이다. 단순히 직원들의 지역사회 공헌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가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기여하는 선순환까지 고려해 ESG 경영의 판을 짜고 있다는 얘기다.
와이소키 CSO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억4800명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한국에서도 취업 교육을 지원하는 네트워킹 아카데미를 통해 6만8000명을 교육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에서는 지역사회 내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자 저소득계층에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통한 금융지원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소키 CSO는 “기업은 기후 문제 해결에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 필요가 있다”며 “지역사회가 곧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고 사업을 벌이는 터전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비 설계에서 폐기 방식도 고려”
시스코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업모델도 혁신하고 있다. 최근 네트워크 장비를 일회성으로 공급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그린페이’라는 이름의 구독형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장비를 임대한 뒤 수명이 다하면 무료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회수한 제품과 패키지는 재활용한다. 이를 통해 장비 노후화 시 폐기되는 장비의 비중을 40%에서 향후 0%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이 업체의 목표다.
와이소키 CSO는 “장비 설계 단계에서부터 폐기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감람석을 활용한 탄소저감 기술 등 탈탄소 기술에도 2030년까지 1억 달러(약 1303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부품의 에너지 효율화에도 힘쓰고 있다. 고효율은 곧 에너지 소비 감소로 이어져 탄소저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가 지난 3월에 공개한 800Gbps(초당 800기가비트 전송)급 라우터 장비는 기존 장비보다 전력을 68% 저감한다. 저전력 라우터 장비를 통해 데이터센터나 연구 시설 등 에너지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시스코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현 수준의 10%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와이소키 CSO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느라 쓰는 전기로 배출하게 되는 탄소가 시스코가 줄이고자 하는 탄소배출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고효율 장비 개발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후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와이소키 CSO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치면 함께 재건 가능한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지속가능성 아이디어 공모
시스코는 최근 한국 내 지속가능성 관련 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시스코 이노베이션 챌린지’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시스코가 밀고 있는 국가별 디지털 전환 지원 프로그램(CDA)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2024년 1월까지 ‘시스코 플랫폼으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고객사뿐 아니라 학생, 스타트업, 개발자 등에게서 청정에너지나 생태계 회복탄력성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받기로 했다. 심사를 거쳐 15개 아이디어를 선정한다. 이후 선정자가 실제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뒤 내년 4월 해커톤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시스코 관계자는 “CDA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민간, 학계 등과 협력해 국가별 디지털 인프라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도입 가속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매년 시스코 이노베이션 챌린지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CDA 프로그램과 관련해 49개국에서 프로젝트 1500개를 완료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한국경제 기자 deep@hankyung.com
시스코는 3가지 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전환, 순환형 사업모델 구축, 생태계 복원력 투자 등이다. 〈한경ESG〉가 메리 드 와이소키 시스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스코의 ESG 경영 전략에 대해 물었다.
지역사회 봉사에 10일 유급휴가 지원
시스코는 ESG 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몰입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봉사활동 목적으로 최대 10일의 유급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본사가 있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해당되는 얘기다. 직원들의 지역사회 봉사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으로 이어져 업무 몰입 효과도 커질 것이란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와이소키 CSO는 “지난 20여 년간 경영과 직원 활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한 결과 적극적인 봉사 참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한다고 판단했다”며 “직원 중 80% 이상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일일이 검증할 필요 없이 자발적으로 봉사 목적 휴가를 쓸 수 있다. 이들이 직접 봉사하고 싶은 영역을 정해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된다는 것이 와이소키 CSO의 설명이다.
시스코의 봉사활동 장려 정책은 2025년 안에 전 세계 10억 명에게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이 기업의 목표와 맞물려 있다. 10억 명이라는 목표는 지역사회에서 인재를 교육하거나 환경 개선에 기여한 결과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추론해서 잡은 수치다. 양성한 인재가 다른 이에게 미칠 파급력까지 고려한 계산이다. 단순히 직원들의 지역사회 공헌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가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기여하는 선순환까지 고려해 ESG 경영의 판을 짜고 있다는 얘기다.
와이소키 CSO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억4800명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한국에서도 취업 교육을 지원하는 네트워킹 아카데미를 통해 6만8000명을 교육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에서는 지역사회 내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자 저소득계층에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통한 금융지원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소키 CSO는 “기업은 기후 문제 해결에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 필요가 있다”며 “지역사회가 곧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고 사업을 벌이는 터전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비 설계에서 폐기 방식도 고려”
시스코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업모델도 혁신하고 있다. 최근 네트워크 장비를 일회성으로 공급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그린페이’라는 이름의 구독형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장비를 임대한 뒤 수명이 다하면 무료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회수한 제품과 패키지는 재활용한다. 이를 통해 장비 노후화 시 폐기되는 장비의 비중을 40%에서 향후 0%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이 업체의 목표다.
와이소키 CSO는 “장비 설계 단계에서부터 폐기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감람석을 활용한 탄소저감 기술 등 탈탄소 기술에도 2030년까지 1억 달러(약 1303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부품의 에너지 효율화에도 힘쓰고 있다. 고효율은 곧 에너지 소비 감소로 이어져 탄소저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가 지난 3월에 공개한 800Gbps(초당 800기가비트 전송)급 라우터 장비는 기존 장비보다 전력을 68% 저감한다. 저전력 라우터 장비를 통해 데이터센터나 연구 시설 등 에너지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시스코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현 수준의 10%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와이소키 CSO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느라 쓰는 전기로 배출하게 되는 탄소가 시스코가 줄이고자 하는 탄소배출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고효율 장비 개발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후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와이소키 CSO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치면 함께 재건 가능한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지속가능성 아이디어 공모
시스코는 최근 한국 내 지속가능성 관련 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시스코 이노베이션 챌린지’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시스코가 밀고 있는 국가별 디지털 전환 지원 프로그램(CDA)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2024년 1월까지 ‘시스코 플랫폼으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고객사뿐 아니라 학생, 스타트업, 개발자 등에게서 청정에너지나 생태계 회복탄력성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받기로 했다. 심사를 거쳐 15개 아이디어를 선정한다. 이후 선정자가 실제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뒤 내년 4월 해커톤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시스코 관계자는 “CDA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민간, 학계 등과 협력해 국가별 디지털 인프라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도입 가속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매년 시스코 이노베이션 챌린지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CDA 프로그램과 관련해 49개국에서 프로젝트 1500개를 완료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한국경제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