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우스에 공들이다 밀레이 당선으로 상황 급변
밀레이 "러시아와 관계 발전할 생각 없어…브릭스 가입 거부"
"미치광이가 대통령 당선"…러·중, 아르헨 밀레이에 촉각(종합)
'미치광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되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20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53)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당선을 전하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미치광이'가 급진적인 공약으로 주목받은 밀레이의 별명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인 페소를 버리고 달러를 쓰자는 등 파격 공약으로 '괴짜 극우주의자'로 불린다.

러시아 언론의 이같은 극단적 평가는 밀레이가 러시아에 적대적인 발언을 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21일 코메르산트 칼럼니스트 막심 유신은 밀레이가 극우주의자라는 측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사망한 러시아 극우정치인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를 합친 사람 같지만 더 급진적인 "포퓰리스트이자 말썽꾼"이라고 했다.

19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한 밀레이는 외교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요 파트너라면서도 러시아, 중국, 브라질과는 관계를 발전시킬 생각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또 지난 8월 승인받은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내년 1월 가입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중심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러시아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와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아르헨티나는 브릭스 가입을 추진한 것은 물론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도입하는 등 러시아와 관계가 긴밀해졌다.

하지만 밀레이의 당선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러시아는 아르헨티나 외교정책 변화는 물론 중남미 전반의 외교·안보 흐름 변화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밀레이 당선인에게 "러시아와 아르헨티나의 관계는 우정과 상호 존중의 좋은 전통에 기반한다.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외교적 수사를 담은 출전을 보냈다.

하지만 드미트리 헤옥티스토프 주아르헨티나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국영 방송 '로시야24' 인터뷰에서 "양국 무역과 경제 관계가 어느 정도 중단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선거 운동 기간 밀레이가 했던 말들을 주목해왔지만, 판단은 그의 취임 후 발언을 보고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아르헨티나와 양자 관계 발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주립대 이베로아메리카연구소장 빅토르 헤이페츠는 밀레이의 공약과 관련,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얼마나 실현될지는 불분명하다"며 아직 의회의 지지와 명확한 계획도 없는 만큼 러시아로서는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아르헨티나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나라도 외교관계를 벗어나 경제·무역 협력을 발전시킬 수 없고, 아르헨티나가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대국과 연계를 끊는다면 중대한 외교적 착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아르헨티나의 선출된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무역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아르헨티나와 함께 계속 노력해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