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글러브 품은 김하성 "처음엔 싫었던 멀티 포지션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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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수상 영광…내년에는 실버 슬러거와 동시 수상 노려"
내년 MLB 서울 개막전에 큰 기대…"두 경기서 안타 하나씩만 쳤으면" 아시아 내야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 진출 이후 가장 충실했던 한 시즌을 돌아봤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드 글러브를 받아서 영광"이라며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유소년 친구와 프로야구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거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지난 6일 MLB 사무국이 발표한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로지 수비 능력만 보는 골드 글러브를 한국인이 받은 건 김하성이 최초이며, 아시아 내야수로도 첫 수상이다.
김하성은 "수상하고 나니 앞으로도 받으면 좋을 거라는 욕심이 든다"며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는) 실버 슬러거는 최종 후보에만 올랐는데, 내년에는 동시 수상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창 시절과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속내도 밝혔다.
다음은 김하성과 일문일답이다.
-- 골드 글러브 수상자 생중계 발표 때 감정 어땠는지.
▲ 2022년에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올랐다가 수상 못했다.
골드 글러브 발표할 때 사실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너무 울려서 보니까 수상했다고 하더라. 유튜브로 확인했다.
보고 있었다면 심장이 많이 뛰었을 것 같다.
자고 있기를 잘했다.
-- 어느 부문 골드 글러브가 유력하다고 생각했나.
▲ 둘 다 받았으면 좋았을 거다.
개인적으로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하고 싶었다.
2루수 부문도 좋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멀티플레이어의 가치가 높아졌으니 유틸리티 부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야구 통계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데이터는.
▲ 수비 지표가 많은 걸로 안다.
확인하고 있었다.
시즌 막판에는 타격 성적 떨어지다 보니까 수비까지 신경 못 쓴 건 사실이다.
-- 올 시즌 앞두고 포지션을 바꾸게 됐다.
▲ 포지션 변경할 때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저는 포지션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저는 포지션보다 출전 시간이 중요하다고 구단에 말했다.
코치진과 주위 선수들이 도와줘서 2루수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것 같다.
-- 유틸리티 경쟁자였던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축하받았나.
▲ 에드먼과는 경기 중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축하한다는 말도 했었던 거 같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매우 가깝게 지냈다.
자주는 연락 못 해도 볼 때마다 반갑게 맞이했다.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
-- 허슬 플레이의 상징이다.
이제 특수 제작 헬멧이 덜 벗겨져서 아쉽지 않나.
▲ 고민이 많았다.
팬들은 벗겨질 때마다 환호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혹시라도 공이 머리에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특수 제작을) 요청했다.
구단도 여러 가지를 바꿔 주던데 벗겨지더라. 이번에 제작한 건 덜 벗겨지는 거 같다.
안 벗겨지는 게 더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머리가 작은 건 아닌 것 같고 헬멧이 무게가 있다 보니까 조금만 흔들려도 벗겨졌다.
제가 빠르다 보니 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 골드 글러브 수상 2주가 지났는데 누구의 축하가 가장 기억에 남나.
▲ 수상 전에는 많이 기대도 했고, 골드 글러브 받을 거라는 생각도 못 했다.
수상하고 나서는 욕심이 생긴다.
앞으로도 골드 글러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는 밥 멜빈 감독이다.
"내가 만난 선수 중에 손에 꼽을만한 선수다.
같이해서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
-- 무키 베츠(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에드먼 등 쟁쟁한 후보를 골드 글러브에서 제쳤다.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그 선수들 자체가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
걱정도 했는데, 제 수비 수치가 좋지 않았나 싶다.
한국이랑 다르게 미국 골드 글러브는 수비만 본다.
수비 지표가 두 선수보다 좋아서 받은 것 같다.
-- 한국과 미국의 수비 차이점을 느낀 게 있다면.
▲ 야구의 기본은 어디든 같다.
미국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맨손 캐치나 백핸드를 잡고 러닝스로를 하는 플레이가 나온다.
한국에 있을 때는 기본기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무조건 정면에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미국에 가서 원 핸드 캐치를 자유롭게 썼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에서 응용할 게 많더라. 그라운드도 메이저리그가 좋은 게 사실이다.
그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조금 더 좋아졌던 거 같다.
-- 올 시즌 가장 긍정적으로 영향 받은 게 있다면.
▲ 박찬호 선배랑 대화하면서 느낀 게 있다.
평생 운동만 하다 보니 항상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해 끝나고 엄청난 실패를 맛보다 보니 저의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다.
떨어지니까 감당이 어렵더라. 박찬호 선배가 "올라간다기보다는 꾸준히 나아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안될 때는 멈췄다가 다시 나아간다는 말이 많이 도움 됐다.
한 시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
팀 동료인 매니 마차도와 산더르 보하르츠 선수는 멘털이 좋아서 배우고 있다.
멘털적으로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
-- 수비 세 개 포지션을 소화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 사실은 엄청 싫었다.
유틸리티를 한다는 게 싫었다.
이게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고, 프로에서도 마찬가지고 '유격수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프로에서도 3루수로 나가는 경기가 있었는데 사실 싫었다.
그게 메이저리그 가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싫었던 감정과 시간이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던 것 같다.
--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포지션은 어딘가.
▲ 3루가 어렵다.
타구가 너무 빠르고, 3루수는 핸들링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타자가 치는 각도가 잘 안 보인다.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 나가면 엄청난 집중력을 써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다.
-- 16년 만에 모교 방문했는데 후배들 보며 느낀 점은.
▲ 제가 뛰었을 때 스승님은 안 계시더라. 좋은 기회가 돼서 갔는데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저는 초등학교 때 9명밖에 없었다.
지금은 인원도 많아졌다.
그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니까 꿈이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하더라. 제가 어릴 때는 메이저리그라는 그런 무대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나 싶은데, 어린 친구들이 메이저리그를 가깝게 느끼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잘 성장해서 한국 야구를 빛내줬으면 한다.
-- 어떤 단계를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성장했나.
▲ 모래 위가 아니라 콘크리트 위에 성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안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정말 훈련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공격에서 저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공격적으로 무너져있는 상태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 기계 볼을 많이 쳤다.
엄지도 부었다.
열정들이 저에게 도움이 됐다.
그러다가 최원제 코치 만나면서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타격에서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수비에서는 어깨가 좋다고 생각한다.
공을 잡으면 아웃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수비 지표도 좋아졌다.
-- 실버 슬러거 후보에 올랐는데 내년 골드 글러브와 동시에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지.
▲ 받으면 좋겠지만, 타격에 대한 부분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내년 시즌 자신 있게 치를 생각이다.
받기 힘들겠지만, 후보에 올랐으니 노력해 보겠다.
-- 이번에 최우수선수(MVP) 표도 받았다.
▲ 투표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다.
저에게 자부심이 된다.
--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베이스 크기 확대, 시프트 제한 등 변화가 많았다.
▲ 올해 도루를 많이 하자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 베이스 크기와 피치 클록, 견제 제한이 생겼다.
그래서 더 많이 도루를 시도했다.
저뿐만 아니라 (도루를) 뛰는 선수에게는 좋아졌다.
내년에 도루를 더 뛰고 싶다.
바뀐 규정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수비할 때는 시프트가 안 되면서 2루수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게 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2루 수비를 하면서 제 역할이 커져서 조금 더 재미있었다.
-- 한국과 미국의 그라운드 상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랐는지.
▲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다르다.
예전에 애디슨 러셀(전 키움 히어로즈)이 한 말이 있다.
미국은 아무리 타구가 빨라도 편안한 침대처럼 오는데 한국은 어렵다고 하더라. 타구 스피드는 한국보다 미국이 빠르다.
불규칙이 올 거라는 생각이 덜 들어서 수비하기 편하다.
한국에서 뛰는 선수, 오지환(LG 트윈스) 형 수비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설정한 목표가 있는가.
▲ 어느 포지션이든 골드 글러브는 받고 싶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수비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증명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 미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무엇인가.
▲ 첫해는 다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는 게 많고. 경험이 쌓이며 편해진다.
첫해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라 그게 힘들었다.
다음날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지냈다.
지금은 3년째가 됐다.
대충은 하루가 어떻게 갈지 안다.
체력적인 부분도 지킬 수 있다.
그런 부분이 편해졌다.
결국은 경험해야 얻게 되는 게 있다.
-- 한국 선수라는 책임감 있나.
▲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
저도 후배들이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잘해야 할 것 같다.
-- 타격 지표 향상을 원하는 게 있는지.
▲ 작년에 장타를 더 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한 달이 힘들었고 아쉬웠다.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준비해야 한다.
내년은 더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 저의 타격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계속해왔던 것들을 꾸준하게 땀 흘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 내년 MLB 서울 개막전이 예정되어 있다.
동료들 반응은 어떤가.
▲ 한국에서 처음 하는 MLB 개막전에 제가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앞으로도 MLB가 이런 대회를 더했으면 한다.
대회를 할 때 어린 친구들이 많이 야구장에 찾아와서 경기를 보면 또 다른 꿈을 키울 수 있을 거다.
두 경기를 하는데, 안타 하나씩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팀 동료들은 엄청나게 한국에 관심이 많다.
해보고 싶다는 게 많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알려주고 같이 돌아다닐 것 같다.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귀찮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처음 오는 거니 데리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아픈 순간도 많았을 텐데.
▲ 안 아픈 선수는 없다.
슬라이딩할 때 팀에서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저의 플레이 방식이다.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선수는 없다.
내년에도 똑같이 뛸 거다.
--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처음 메이저리그 왔을 때는 이런 상을 받을 거란 생각도 못 했다.
큰 상을 받아서 정말 기쁘다.
받을 수 있었던 건 많은 팬이 새벽에 일어나서 응원해주신 덕이다.
더 열심히 뛰게 한 동력이다.
내년에 더 많은 기쁨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연합뉴스
내년 MLB 서울 개막전에 큰 기대…"두 경기서 안타 하나씩만 쳤으면" 아시아 내야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 진출 이후 가장 충실했던 한 시즌을 돌아봤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드 글러브를 받아서 영광"이라며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유소년 친구와 프로야구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거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지난 6일 MLB 사무국이 발표한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로지 수비 능력만 보는 골드 글러브를 한국인이 받은 건 김하성이 최초이며, 아시아 내야수로도 첫 수상이다.
김하성은 "수상하고 나니 앞으로도 받으면 좋을 거라는 욕심이 든다"며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는) 실버 슬러거는 최종 후보에만 올랐는데, 내년에는 동시 수상을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창 시절과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속내도 밝혔다.
다음은 김하성과 일문일답이다.
-- 골드 글러브 수상자 생중계 발표 때 감정 어땠는지.
▲ 2022년에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올랐다가 수상 못했다.
골드 글러브 발표할 때 사실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이 너무 울려서 보니까 수상했다고 하더라. 유튜브로 확인했다.
보고 있었다면 심장이 많이 뛰었을 것 같다.
자고 있기를 잘했다.
-- 어느 부문 골드 글러브가 유력하다고 생각했나.
▲ 둘 다 받았으면 좋았을 거다.
개인적으로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하고 싶었다.
2루수 부문도 좋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멀티플레이어의 가치가 높아졌으니 유틸리티 부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야구 통계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데이터는.
▲ 수비 지표가 많은 걸로 안다.
확인하고 있었다.
시즌 막판에는 타격 성적 떨어지다 보니까 수비까지 신경 못 쓴 건 사실이다.
-- 올 시즌 앞두고 포지션을 바꾸게 됐다.
▲ 포지션 변경할 때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저는 포지션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저는 포지션보다 출전 시간이 중요하다고 구단에 말했다.
코치진과 주위 선수들이 도와줘서 2루수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것 같다.
-- 유틸리티 경쟁자였던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축하받았나.
▲ 에드먼과는 경기 중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축하한다는 말도 했었던 거 같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매우 가깝게 지냈다.
자주는 연락 못 해도 볼 때마다 반갑게 맞이했다.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
-- 허슬 플레이의 상징이다.
이제 특수 제작 헬멧이 덜 벗겨져서 아쉽지 않나.
▲ 고민이 많았다.
팬들은 벗겨질 때마다 환호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혹시라도 공이 머리에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특수 제작을) 요청했다.
구단도 여러 가지를 바꿔 주던데 벗겨지더라. 이번에 제작한 건 덜 벗겨지는 거 같다.
안 벗겨지는 게 더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머리가 작은 건 아닌 것 같고 헬멧이 무게가 있다 보니까 조금만 흔들려도 벗겨졌다.
제가 빠르다 보니 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 골드 글러브 수상 2주가 지났는데 누구의 축하가 가장 기억에 남나.
▲ 수상 전에는 많이 기대도 했고, 골드 글러브 받을 거라는 생각도 못 했다.
수상하고 나서는 욕심이 생긴다.
앞으로도 골드 글러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는 밥 멜빈 감독이다.
"내가 만난 선수 중에 손에 꼽을만한 선수다.
같이해서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
-- 무키 베츠(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에드먼 등 쟁쟁한 후보를 골드 글러브에서 제쳤다.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그 선수들 자체가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
걱정도 했는데, 제 수비 수치가 좋지 않았나 싶다.
한국이랑 다르게 미국 골드 글러브는 수비만 본다.
수비 지표가 두 선수보다 좋아서 받은 것 같다.
-- 한국과 미국의 수비 차이점을 느낀 게 있다면.
▲ 야구의 기본은 어디든 같다.
미국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맨손 캐치나 백핸드를 잡고 러닝스로를 하는 플레이가 나온다.
한국에 있을 때는 기본기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무조건 정면에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미국에 가서 원 핸드 캐치를 자유롭게 썼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에서 응용할 게 많더라. 그라운드도 메이저리그가 좋은 게 사실이다.
그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조금 더 좋아졌던 거 같다.
-- 올 시즌 가장 긍정적으로 영향 받은 게 있다면.
▲ 박찬호 선배랑 대화하면서 느낀 게 있다.
평생 운동만 하다 보니 항상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해 끝나고 엄청난 실패를 맛보다 보니 저의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다.
떨어지니까 감당이 어렵더라. 박찬호 선배가 "올라간다기보다는 꾸준히 나아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안될 때는 멈췄다가 다시 나아간다는 말이 많이 도움 됐다.
한 시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
팀 동료인 매니 마차도와 산더르 보하르츠 선수는 멘털이 좋아서 배우고 있다.
멘털적으로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
-- 수비 세 개 포지션을 소화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 사실은 엄청 싫었다.
유틸리티를 한다는 게 싫었다.
이게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고, 프로에서도 마찬가지고 '유격수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프로에서도 3루수로 나가는 경기가 있었는데 사실 싫었다.
그게 메이저리그 가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싫었던 감정과 시간이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던 것 같다.
--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포지션은 어딘가.
▲ 3루가 어렵다.
타구가 너무 빠르고, 3루수는 핸들링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타자가 치는 각도가 잘 안 보인다.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 나가면 엄청난 집중력을 써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다.
-- 16년 만에 모교 방문했는데 후배들 보며 느낀 점은.
▲ 제가 뛰었을 때 스승님은 안 계시더라. 좋은 기회가 돼서 갔는데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저는 초등학교 때 9명밖에 없었다.
지금은 인원도 많아졌다.
그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니까 꿈이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하더라. 제가 어릴 때는 메이저리그라는 그런 무대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나 싶은데, 어린 친구들이 메이저리그를 가깝게 느끼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잘 성장해서 한국 야구를 빛내줬으면 한다.
-- 어떤 단계를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성장했나.
▲ 모래 위가 아니라 콘크리트 위에 성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안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정말 훈련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공격에서 저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공격적으로 무너져있는 상태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 기계 볼을 많이 쳤다.
엄지도 부었다.
열정들이 저에게 도움이 됐다.
그러다가 최원제 코치 만나면서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타격에서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수비에서는 어깨가 좋다고 생각한다.
공을 잡으면 아웃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수비 지표도 좋아졌다.
-- 실버 슬러거 후보에 올랐는데 내년 골드 글러브와 동시에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지.
▲ 받으면 좋겠지만, 타격에 대한 부분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내년 시즌 자신 있게 치를 생각이다.
받기 힘들겠지만, 후보에 올랐으니 노력해 보겠다.
-- 이번에 최우수선수(MVP) 표도 받았다.
▲ 투표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다.
저에게 자부심이 된다.
--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베이스 크기 확대, 시프트 제한 등 변화가 많았다.
▲ 올해 도루를 많이 하자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 베이스 크기와 피치 클록, 견제 제한이 생겼다.
그래서 더 많이 도루를 시도했다.
저뿐만 아니라 (도루를) 뛰는 선수에게는 좋아졌다.
내년에 도루를 더 뛰고 싶다.
바뀐 규정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수비할 때는 시프트가 안 되면서 2루수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게 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2루 수비를 하면서 제 역할이 커져서 조금 더 재미있었다.
-- 한국과 미국의 그라운드 상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랐는지.
▲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다르다.
예전에 애디슨 러셀(전 키움 히어로즈)이 한 말이 있다.
미국은 아무리 타구가 빨라도 편안한 침대처럼 오는데 한국은 어렵다고 하더라. 타구 스피드는 한국보다 미국이 빠르다.
불규칙이 올 거라는 생각이 덜 들어서 수비하기 편하다.
한국에서 뛰는 선수, 오지환(LG 트윈스) 형 수비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설정한 목표가 있는가.
▲ 어느 포지션이든 골드 글러브는 받고 싶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수비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증명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 미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무엇인가.
▲ 첫해는 다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는 게 많고. 경험이 쌓이며 편해진다.
첫해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라 그게 힘들었다.
다음날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지냈다.
지금은 3년째가 됐다.
대충은 하루가 어떻게 갈지 안다.
체력적인 부분도 지킬 수 있다.
그런 부분이 편해졌다.
결국은 경험해야 얻게 되는 게 있다.
-- 한국 선수라는 책임감 있나.
▲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
저도 후배들이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잘해야 할 것 같다.
-- 타격 지표 향상을 원하는 게 있는지.
▲ 작년에 장타를 더 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한 달이 힘들었고 아쉬웠다.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준비해야 한다.
내년은 더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 저의 타격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계속해왔던 것들을 꾸준하게 땀 흘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 내년 MLB 서울 개막전이 예정되어 있다.
동료들 반응은 어떤가.
▲ 한국에서 처음 하는 MLB 개막전에 제가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앞으로도 MLB가 이런 대회를 더했으면 한다.
대회를 할 때 어린 친구들이 많이 야구장에 찾아와서 경기를 보면 또 다른 꿈을 키울 수 있을 거다.
두 경기를 하는데, 안타 하나씩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팀 동료들은 엄청나게 한국에 관심이 많다.
해보고 싶다는 게 많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알려주고 같이 돌아다닐 것 같다.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귀찮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처음 오는 거니 데리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아픈 순간도 많았을 텐데.
▲ 안 아픈 선수는 없다.
슬라이딩할 때 팀에서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저의 플레이 방식이다.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선수는 없다.
내년에도 똑같이 뛸 거다.
--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처음 메이저리그 왔을 때는 이런 상을 받을 거란 생각도 못 했다.
큰 상을 받아서 정말 기쁘다.
받을 수 있었던 건 많은 팬이 새벽에 일어나서 응원해주신 덕이다.
더 열심히 뛰게 한 동력이다.
내년에 더 많은 기쁨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