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 내는 기업·가계↑…은행 '깡통대출' 3兆
고금리 여파로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가계·기업이 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부도 처리되거나 파산·청산 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깡통 대출’도 속출하고 있다.

20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공시한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12월 2조2772억원에서 올해 9월 2조8988억원으로 2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여신이 1295조7838억원에서 1334조2666억원으로 3.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0.18%에서 0.22%로 높아졌다.

무수익여신은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대출에 이자 미납 대출을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하는데, 보통 고정이하여신(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한다.

무수익여신은 가계보다 기업 대출에서 더 심각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은 작년 12월 1조5310억원에서 올 9월 1조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일부 은행에선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이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로 늘어난 것보다 증가 폭이 크다.

최근 기업들이 경기둔화 등의 여파로 대출을 갚지 못하고 한계상황에 몰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9월 말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14.9% 급증했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뛰었다. 법인 파산도 증가 추세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올 3분기 1213건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64.4% 늘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