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슈퍼마켓 가격표에 "푸틴 거짓말" 붙였다가 기소
르몽드 "내년 3월 대선 앞두고 사법 당국 강경 태도"
'반전 스티커' 러 예술가 징역 7년…의사들, 푸틴에 석방 촉구
러시아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스티커를 붙인 여성이 징역 7년이라는 중형에 처해졌다.

러시아 의사 100여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여성의 석방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18일(현지시간) AFP 통신,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사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예술가 알렉산드라 스코칠렌코(33)는 지난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원에서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다.

알렉산드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3월 한 슈퍼마켓에서 가격표를 떼어내고 "푸틴은 텔레비전에서 우리에게 거짓말한다", "전쟁을 멈춰라. 처음 3일 동안 4천300명이 죽었다" 등의 메시지가 적힌 작은 스티커를 붙였다.

이를 본 한 76세의 여성이 알렉산드라를 신고하면서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기소돼 19개월이나 구속 상태로 재판받았다.

알렉산드라는 판결 선고 전 최후 진술에서 "저는 단순히 전쟁을 끝내고 싶었다.

그게 제 행동의 동기였다"며 "이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의 판결 당일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에서 "가짜 재판"이라고 비난하며 알렉산드라 사건은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 직면한 터무니없고 잔인한 탄압"을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반전 스티커' 러 예술가 징역 7년…의사들, 푸틴에 석방 촉구
러시아 내에서도 알렉산드라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 의사 100여명은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샤의 건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그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알렉산드라는 글루텐 불내증과 선천성 심장 결함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은 "그는 적절한 의료 관리와 특별한 식이 요법이 필요한 여러 가지 심각한 만성 질환을 진단받았다"면서 "수감 생활은 사샤의 건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르몽드는 알렉산드라 외에도 최근 잇따라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이 중형을 선고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에너지부 차관 출신인 블라디미르 밀로프(51)는 16일 러시아 군대에 대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한 혐의로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다.

14일엔 볼가 지역에 거주하는 알렉세이 아르부젠코(46)라는 사람도 러시아 군인을 묘사한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징역 6년 형에 처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해 왔다.

르몽드는 내년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사법 당국이 반정부 인사들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