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생선' 들고 온 獨 창업가…"한국인 입맛 딱 맞췄죠"
시나 알바네즈(사진)는 아버지와 해변을 산책하다가 해안이 녹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클로렐라 같은 미세조류 때문에 해안이 초록으로 뒤덮인 것이다. ‘이 미세조류로 뭔가 새로운 걸 만들 수는 없을까.’ 알바네즈는 미세조류의 오메가3, 비타민 같은 영양소에 주목했다.

그가 아버지(귀도 알바네즈 코랄로 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대체 수산물 스타트업 코랄로를 창업한 배경이다. 알바네즈 코랄로 대표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세조류를 활용해 맛과 영양을 갖춘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코랄로는 미세조류 발효 기술로 생선과 비슷한 맛과 식감의 대체 수산물을 생산하는 회사다. 대표 제품은 대구살 필릿(뼈 없는 살코기 조각). 진짜 생선처럼 찌거나 굽고 튀겨 요리할 수 있다.

코랄로는 독일에 본사를 뒀지만 수산물 소비량이 많은 아시아를 공략하기로 하고 한국에 법인을 세웠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 경진대회 ‘2022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에서 우승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정착했다. 유럽 투자사 두 곳과 함께 한국 액셀러레이터(AC)인 빅뱅엔젤스의 투자를 받았다.

코랄로의 대구 필릿은 포슬포슬한 식감에 비릿한 향을 제거한 게 특징이다. 미세조류를 버섯 뿌리에 공급해 생선 근육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었다. “처음엔 유럽 제품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한국에서 시식회를 해보니 맛이 너무 비리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제형을 부드럽게 만들고 달콤한 맛을 넣었습니다. 이후 ‘진짜 생선 맛이 난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지금의 대구 필릿이 탄생했습니다.”

독일 출신인 알바네즈 대표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네트워크가 없고, 대체 수산물 시장의 전망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생산 공장을 찾는 일 또한 어려웠다. “한국은 신뢰를 먼저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우리가 이 일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설득했습니다. 좋은 한국 투자사와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었던 배경이죠.”

알바네즈 대표는 고교생 때 재활용 공책을 개발하면서 환경 분야 창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글씨가 지워져 다시 쓸 수 있는 공책을 만들었다. 그가 코랄로를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지속 가능성이다. 그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땅이 필요 없고, 물과 에너지 소비도 최소화한다”며 “어획은 물론 양식이나 다른 대체 수산물보다 코랄로 제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다”고 말했다.

대체 수산물 산업은 초기 단계다. 코랄로는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이 시장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게 목표다.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예상되는 수산물 부족량은 3500t이나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잠재 시장의 규모는 67조원이고요. 사람과 바다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