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 반등장을 주도한 강남구의 매매시장 열기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집값 상승 랠리는 29주 만에 마침표를 찍었으며, 월 거래량은 5개월 만에 200건 아래로 떨어졌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지난 6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보합(0)’을 기록했다. 4월 마지막 주부터 이어진 28주 연속 상승 랠리가 꺾인 것이다. 서초구의 상승률도 0.01%로 낮았다.

물론 실거래가는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의 경우 지난달 69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7월 같은 면적이 64억원에 매매됐다. 몸값이 3개월 만에 5억5000만원 뛰었다.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56㎡도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62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소형 평형 위주로 시세가 소폭 하락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59㎡는 8월 18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엔 18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4~6월 8억원대 초반에 주로 거래되던 수서동 까치마을 전용 34㎡는 9월 9억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엔 8억8400만원으로 소폭 뒷걸음질 쳤다.

무엇보다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8월 268건에서 9월 194건으로 뚝 떨어지면서 5개월 만에 200건을 밑돌았다. 아직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달 10일 기준 이달 강남구의 거래량은 87건에 불과하다. 고금리에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월 말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게 강남구 전체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2~8월 은마아파트의 월평균 거래량은 12.7건이었다. 9월엔 5건, 지난달엔 3건으로 뚝 떨어졌다. 조합 설립 이후엔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전세시장은 강세를 띠고 있다. 이달 첫째 주 강남구의 전셋값은 전 주 대비 0.12% 오르며, 3주 연속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강남구는 입지 선호도가 높아 실수요층이 탄탄한 데다 최근 매물이 쌓이기만 하면서 매매 대신 전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이달 인근에서 6700여가구가 입주하는 ‘입주 폭탄’에도 전용 84㎡ 전세보증금이 지난달 13억원에서 이달 14억원으로 1억원 올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