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섬나라' 국민, 기후 난민으로 호주행
조금씩 물에 잠기고 있는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국민들을 호주가 매년 280명씩 기후 난민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리는 태평양 제도 포럼에 참석 중인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카우세아 나타노 투발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매년 280명의 투발루인을 위한 특별 비자를 발급하기로 조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발루의 인구는 1만1천200명 규모다.

투발루는 솔로몬 제도 동쪽과 피지 북쪽에 있는 군도 국가로 6개의 환초(環礁·atoll)와 3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섬들은 모두 해발고도가 5m 이하인데 매년 물이 차오르면서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많은 국민이 일자리와 교육을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 등으로 옮겨갔다. 투발루에서는 호주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 중이다.

두 국가 정상은 외국 침략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호주가 투발루를 방어하는 안보 협정도 체결했다. 또 두 나라가 제3국과 안보 또는 방위 협정을 체결하려면 반드시 협의하기로 했다. 이는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투발루는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은 전 세계 13개국 중 하나다.

앨버니지 총리는 "우리는 기후 변화 영향이 악화함에 따라 투발루 국민들이 다른 곳에서 거주하면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며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국가 존립 자체에 영향을 받는 저지대 국가 투발루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나타노 총리는 "호주 친구들이 보여준 변함없는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이 파트너십은 희망의 등대이자 지역의 안정, 지속 가능성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큰 도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