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모든걸 따져볼 만큼 한가하지 않아...구매는 습관의 창조물”[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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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마틴의 14가지 경영 키워드
로저 마틴 지음
이종민 옮김/플랜비디자인
352쪽|1만9800원
로저 마틴 지음
이종민 옮김/플랜비디자인
352쪽|1만9800원
인간은 의외로 응용력이 떨어진다. 반복적으로 배우고 훈련받은 일은 잘한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와 환경 앞에선 어쩔 줄 몰라 하며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기업 경영자 역시 마찬가지다.
<로저 마틴의 14가지 경영 키워드>는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만 경영대학원 명예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들을 다듬어 실은 책이다. ‘통합적 사고’와 ‘디자인적 사고’라는 개념을 창시한 유명 경영학자인 그는 이 책에서 ‘쓴소리’를 쏟아낸다.
그는 “여러 사례를 보면, 기존 모델을 열심히만 적용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흔히 ‘경영의 지혜’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넘어 지금 이 방식이 맞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책은 경쟁, 주주, 고객, 전략, 데이터, 문화, 기획, 인재 등 경영과 관련한 여러 개념을 되돌아본다. 경쟁에 관해 마틴 교수는 “경쟁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그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라고 말한다. 또한 “경쟁은 본사 건물이 아니라 일선 업무 현장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최고경영자(CEO)와 본사 전략가들은 항상 현장과 가까워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2000년대 중반 한 메이저 자동차 회사에 경영 자문을 할 때였다. 이 회사는 모든 중역에게 새로 출시된 자사 자동차를 보내줬다. 차량은 완벽히 청소되고, 서비스 점검이 완료된 상태로, 연료까지 가득 주입된 채 회사 지하의 개별 주차 공간에 배송됐다.
그 결과 회사 고위 임원들은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려고 돈을 모으고, 서비스를 받고, 차량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체험하게 될 모든 경험을 생생히 느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마틴 교수는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원래 의도와 달리 주주에게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주주 가치를 실질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한다면, 고객의 가치를 주주의 가치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기업의 성장은 고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해서는 “고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기업은 더 좋은 성능과 디자인으로 제품을 내놓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고객은 모든 것을 따져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마틴 교수는 “구매 행위는 습관의 창조물”이라고 말한다.
“만약 고객의 마음속에 ‘타이드 세제가 옷이 깨끗하게 세탁되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쇼핑할 때 가장 쉽고 친숙한 방법은 타이드를 재구매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 기업엔 중요하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습관을 기업 스스로 망치기도 한다. ‘타이드’로 유명한 P&G는 액체 세제가 개발되자 1975년 ‘에라’라는 새로운 액체 세제 브랜드를 내놨다. 액체 세제 소비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에라는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P&G는 실수를 깨닫고 1984년 ‘리퀴드 타이드’를 출시했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리퀴드 타이드는 시장을 지배하는 액체 세제가 됐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간결하다. 내용이 압축적이라 일반 독자는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최신 경영 트렌드나 기법을 다룬 책도 아니다. 경영의 기본을 강조하는 책이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기 좋은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로저 마틴의 14가지 경영 키워드>는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만 경영대학원 명예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들을 다듬어 실은 책이다. ‘통합적 사고’와 ‘디자인적 사고’라는 개념을 창시한 유명 경영학자인 그는 이 책에서 ‘쓴소리’를 쏟아낸다.
그는 “여러 사례를 보면, 기존 모델을 열심히만 적용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흔히 ‘경영의 지혜’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넘어 지금 이 방식이 맞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책은 경쟁, 주주, 고객, 전략, 데이터, 문화, 기획, 인재 등 경영과 관련한 여러 개념을 되돌아본다. 경쟁에 관해 마틴 교수는 “경쟁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그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라고 말한다. 또한 “경쟁은 본사 건물이 아니라 일선 업무 현장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최고경영자(CEO)와 본사 전략가들은 항상 현장과 가까워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2000년대 중반 한 메이저 자동차 회사에 경영 자문을 할 때였다. 이 회사는 모든 중역에게 새로 출시된 자사 자동차를 보내줬다. 차량은 완벽히 청소되고, 서비스 점검이 완료된 상태로, 연료까지 가득 주입된 채 회사 지하의 개별 주차 공간에 배송됐다.
그 결과 회사 고위 임원들은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려고 돈을 모으고, 서비스를 받고, 차량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체험하게 될 모든 경험을 생생히 느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마틴 교수는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원래 의도와 달리 주주에게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주주 가치를 실질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한다면, 고객의 가치를 주주의 가치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기업의 성장은 고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해서는 “고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기업은 더 좋은 성능과 디자인으로 제품을 내놓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고객은 모든 것을 따져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마틴 교수는 “구매 행위는 습관의 창조물”이라고 말한다.
“만약 고객의 마음속에 ‘타이드 세제가 옷이 깨끗하게 세탁되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쇼핑할 때 가장 쉽고 친숙한 방법은 타이드를 재구매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 기업엔 중요하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습관을 기업 스스로 망치기도 한다. ‘타이드’로 유명한 P&G는 액체 세제가 개발되자 1975년 ‘에라’라는 새로운 액체 세제 브랜드를 내놨다. 액체 세제 소비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에라는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P&G는 실수를 깨닫고 1984년 ‘리퀴드 타이드’를 출시했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리퀴드 타이드는 시장을 지배하는 액체 세제가 됐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간결하다. 내용이 압축적이라 일반 독자는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최신 경영 트렌드나 기법을 다룬 책도 아니다. 경영의 기본을 강조하는 책이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기 좋은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