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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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국내 주요 생산 거점인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의 증설 공사를 한시 중단한다. 지난 8월 삽을 뜬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둔화하자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6일부터 충남 서산 공장 증설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8월 충청남도, 서산시와 증설 협약을 맺고 2025년까지 1조5000억원을 들여 서산 3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SK온의 역대 국내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SK온은 이 투자로 기존 5GWh였던 서산 공장 생산 규모를 20GWh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공사 현장 사정에 밝은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SK온이 배터리 수요 감소를 이유로 돌연 공사 중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는 “공사 단계별로 비용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며 “다음 단계 비용에 대한 의결이 이뤄질 때까지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재개 시점은 내년 초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SK온이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시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자 비용, 현장에 이미 투입된 인부에 대한 손실보상금 등 각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데도 공사를 미룬다면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가 급격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SK온의 주요 납품처인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생산·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온은 현대차가 울산에 짓고 있는 전기차 신공장의 가동 시점인 2025년에 맞춰 서산 공장 증설을 준비해왔다. SK온은 울산 신공장에서 생산될 것이 유력한 제네시스의 차세대 전기차 GV90과 기아 EV7 등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배터리 셀·소재 업체들은 급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잇따라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 전방 수요에 해당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늦추기로 한 여파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테슬라, 독일 폭스바겐 등은 구매력 감소와 판매 부진, 경기 침체 우려 등을 이유로 전기차 생산 및 투자를 연기하거나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빈난새/강영연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