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가 100여명의 경비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결정해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주민투표에서 여러 차례 부결됐으나 이번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전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고를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경비원 두 명이 담당하는 한 동당 배치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의 ‘경비대원 축소 운영방안’을 지난 23일 의결했다.

이 안대로라면 현재 109명인 경비 인원이 57명으로 52명(48%)이 줄어든다. 대신 경비인원 감축에 따른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 감시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1356세대 주민은 경비원 감축으로 월 1억500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5㎡(38평) 등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월평균 관리비가 월 7만~8만원 안팎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원 감축 방안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다. 경비원들은 오래된 아파트(1986년 6월 완공)의 특성상 신축 아파트에 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이 부족해 평행 주차된 차량을 밀고 원위치시키는 일 등을 한다. 아파트 동별로 수거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합치고 재분류하는 작업도 이들이 하고 있다. 제대로 된 택배함이 없어 택배 수령 등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 이모씨(66)는 “십년 이상 얼굴을 봐온 경비원들이 여러 명 있다”며 “다른 아파트에 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 절반으로 줄이면 주민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경비원은 “벌써 희망퇴직자 명단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절반으로 인력이 줄면 남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비원 해고는 과거 주민 투표에서 여러 번 부결됐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번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지난달 ‘관리비 중 경비비가 부담스럽지 않은가’라는 설문을 전체 주민에게 물었고 주민 중 62.5%가 동의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대의원들은 이 조사를 바탕으로 경비원 해고를 의결했다. 대의원 11명 중 아홉 명이 찬성했고 두 명이 다른안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 감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주민투표를 해야 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며 “경비 대원 측과 협의해 감축 규모를 세부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