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실무 총괄' 조정식 유임 기류에 비명 "말뿐인 통합…친명색 더 짙어져"
친명 "조정식 사무총장, 무난히 업무 수행…바꾸면 총선 대오 흐트러져"
"바꿔" vs "안돼"…사무총장 거취로 옮겨붙은 野 내분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 양상이 조정식 사무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비주류 기세가 위축되면서 한동안 내분이 잠잠했지만, 친명계의 사무총장 유임 기류에 비명계가 반기를 들면서 다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비명계는 최근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임명 이후 되레 당 지도부의 친명 색깔이 더 짙어졌다며 사무총장 거취 문제를 들고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 출신 여성 친명계인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했고, 정책위의장에는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비명계 이개호 의원을 앉혔다.

이 인사를 두고 당내 비주류는 이 대표가 친정 체제를 구축하면서 구색 갖추기 모양새로 정책위의장 자리를 비명계에 배분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결국, 이 대표가 진정으로 당을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친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사무총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게 비명계 주장이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통합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당장 조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무부총장들까지 사임시키라"고 했다.

이어 "말뿐인 통합"이라며 "책임없는 자리 한 개(정책위의장)를 선심 쓰듯 나눠주고 '통합'이라 하는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바꿔" vs "안돼"…사무총장 거취로 옮겨붙은 野 내분
비명계가 조 사무총장 교체를 거명하고 나선 것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당직이다.

따라서 친명 사무총장이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면 비명계로서는 '물갈이' 가능성을 더욱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관례에 따라 곧 출범할 총선기획단장까지 조 사무총장이 맡게 될 것으로 보여 비명계의 걱정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당의 화합을 위해 계파색이 옅은 인사에게 총선기획단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나, 당 지도부는 이런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당내 사정에 밝은 조 사무총장 대신 새로운 인사가 오게 되면 총선을 준비하는 대오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조 사무총장이 성실하고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해 왔다"며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친명계는 특히 이 대표가 단식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하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 당시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의 징계를 불문에 부치는 등 통합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개호 의원까지 정책위의장에 중용해 '통합'은 마무리된 이슈"라고 언급했다.

이는 당 통합을 둘러싸고 친명과 비명계 사이에 현격한 인식차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총선 공천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계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