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1㎝ 안팎 우박 쏟아지며 시민 불편…"유리창 깨지는 줄"
일부 지자체, 농가 피해 조사 방침…"시설물 관리 등 유의해야"

26일 오후 수도권과 강원, 충북 일부 지역에 천둥을 동반한 가을비가 내리고, 일부 지역에는 우박까지 쏟아져 시설물 관리와 안전 사고에 주의가 요구된다.

수도권·강원·충북서 동전만 한 우박 '쾅쾅'…요란한 가을비(종합)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경기 북부지역은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가평 55mm, 남양주 33mm, 포천 31mm, 의정부 31mm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씨 속 경기 포천과 남양주 등지에는 늦은 오후까지 곳곳에 우박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 2시께 포천 일대에서 지름 1cm 안팎의 우박이 관측됐고, 오후 8시 10분께에는 남양주와 구리 등에 10분간 동전만 한 우박이 떨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동구와 중랑구, 경기 하남 등에서도 우박이 갑자기 비와 함께 쏟아졌다.

도로와 인도가 순식간에 하얀 우박으로 뒤덮이면서 밤길을 걷거나 운전 중이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하남시에 사는 30대 A씨는 "유리창이 깨질 것 같은 소리가 나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을 열어보니 우박이 떨어지고 있었다"며 "별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 제천과 단양에서도 이날 오후 5시 20분부터 약 30분가량 콩알만 한 크기에서 밤톨만 한 크기의 우박이 쏟아져 내렸다.

제천 수산면에 거주하는 60대 조모 씨는 "우당탕 소리가 나 사고가 난 줄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큰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생각보다 많이 내려 주민들 대부분이 안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수도권·강원·충북서 동전만 한 우박 '쾅쾅'…요란한 가을비(종합)
강원 지역에서도 이날 오후 들어 곳곳에 우박이 쏟아지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4시 30분께 춘천시 남면과 홍천군 서면에서 돌풍과 함께 0.5∼1㎝ 길이의 우박이 떨어졌다.

비슷한 시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에서도 우박이 떨어져 주민들이 급히 실내로 몸을 피했다.

유현리 주민 최종식(65)씨는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천둥, 번개가 쳤고 키우는 진돗개가 좌불안석으로 낑낑대기 시작했다"며 "곧이어 지붕에서 '쾅쾅'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그런 상황이 10분간 이어졌다.

난생처음 보는 천재지변이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집 밖에 세워둔 차량에도 성인 엄지손톱만 한 우박이 떨어져 긁힘 자국이 생겼다"며 "소일거리로 배추, 무, 쑥갓 농사도 짓고 있는데 농작물에도 피해가 갔을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까지 경기 지역에 우박으로 인한 피해는 접수되지 않은 상태이다.

우박은 대기 중상층에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을 때 주로 내린다.

제천 등 일부 시군에서는 우박으로 인한 농작물, 시설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다음날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기상청은 수도권·충남·호남 등에 이날 밤까지, 강원영서·충북북부·제주에 27일 새벽까지 가끔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강원영동에 이날 밤, 경북동해안과 경북북부내륙에 27일 오전 비가 내리기 시작해 27일 낮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 일부 지역에 우박이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천둥·돌풍을 동반한 요란한 비와 함께 일부 지역에는 우박이 떨어지고 있어 농작물과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민규 천경환 강태현 최재훈 김솔 기자)
수도권·강원·충북서 동전만 한 우박 '쾅쾅'…요란한 가을비(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