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시연 세계한류학회장 "한류 이론화 작업해야 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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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서 제10회 세계한류학술대회 개최
"한류 전용 OTT 플랫폼 만들 필요 있어" 문시연 세계한류학회장은 26일(현지시간) "한류는 하나의 현상이 아닌 장르"라며 "문화 산업에 그칠 게 아니라 이론화 작업을 거쳐야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0회 세계한류학술대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류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런 제안을 내놨다.
문 회장은 또 한류의 콘텐츠 파워가 엄청난 만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플랫폼에서 벗어나 한류 전용 플랫폼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문 회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로 학술 대회가 10회째를 맞았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나
▲ 그동안의 한류 포럼은 우리가 공급자로서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해외에 보급할지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이번엔 10주년인 만큼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한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조명하기로 했다.
지금은 케이팝(K-Pop)의 영향을 받아 해외에서 그들의 정체성으로 그들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또 다른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카자흐스탄이 그 예로, 케이팝에서 영향을 받은 '큐팝(Q-Pop)'이 뜨고 있다.
남성 그룹 '91'의 인기가 엄청나다.
엔터 산업들이 현지화하면서 한국 사람 없는 한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걸 한류라고 부를 수 있나
▲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한류를 넓은 의미로 확대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꼭 우리가 만들어야만 한류가 아니라, 한류가 향유되고 공유되면서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이 입혀지는 게 문화 교류의 선순환이라고 본다.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확장해나가는 것이지 일방적인 공급만으로는 안 된다.
--10회 대회를 전통적 문화 강국 프랑스에서 개최한 이유는
▲ 학술대회를 한 번은 한국, 한 번은 해외에서 개최하는데, 올해는 문화 강국의 상징인 프랑스를 선택했다.
언어적인 요인도 고려했다.
(문 교수는 숙명여대 불문학과 교수다)
또 한 달 뒤 프랑스 파리에서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가 결정된다.
세계한류학회는 전 세계 학자들이 모이는 곳이고,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라 이런 분들이 모여있을 때 엑스포 유치 홍보도 함께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가 브랜드는 하드파워뿐 아니라 소프트 파워로도 만들어지는 만큼 엑스포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문화 외교를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
--한류의 세계화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인다.
현시점에서 한류 확산을 위해 보완할 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 한류학이 더 발전해야 한다.
지금 한류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외국에 더 많다.
이걸 학문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지만, 그건 실수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문화강국 이미지는 프랑스가 갖고 있었지만, 20세기 들어 문화 산업이 발달하면서 미국이 대중문화 이론을 발전시켰다.
문화 산업으로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이론화 작업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류는 하나의 현상이 아니다.
이걸 장르로 계속 발전시키려면 한류 이론들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한류 학자들이 개별적 관심과 호기심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한류학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케이문화에 대해 해외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 해외 학자들을 만나면 케이문화가 너무 관(官) 주도라는 이야길 많이 한다.
'문화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실과는 다르다.
관이 지원하는 건 있지만 관이 주도해서 케이문화가 확산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프랑스도 관이 지원해주는 게 많다.
다만 이런 인식을 불식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민간 영역에서 자주 만나 교류하다 보면 그런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거라 본다.
--프랑스만 해도 '케이' 관련 행사가 수시로 열리고 있는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케이팝 댄스 경연 대회, 태권도 시범 등 비슷하다.
한류 팬들 사이에서 다소 식상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행사 주최 측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게 아닌가.
케이팝에 대한 인기가 뜨거운 걸 부정할 순 없지만 포맷을 바꾸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나라마다 색채가 있고 감수성이 다르니 이런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한류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 한류의 틀을 확장해야 한다.
항상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이고 오픈해야 죽지 않는다.
또 앞으로 인공지능(AI)의 발달 등으로 노동시간이 줄면서 사람들에게 여유 시간이 많이 생길 텐데, 이런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한류가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우리가 한류 전용 OTT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솔직히 넷플릭스를 한류 콘텐츠가 지탱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의 콘텐츠 파워면 한류 전용 채널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학회의 다음 계획은
▲ 올 연말 서울경제진흥원(대표 김현우)이 50여개국 인플루언서 3천명을 초청해 '서울콘(Seoul Con)' 행사를 연다.
외국인들이 연말에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뿐 아니라 한국 서울을 찾도록 한다는 기획이다.
이 행사 기간에 학회와 함께 포럼도 개최한다.
유명한 팬덤 학자인 헨리 젠킨스 사우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초청해 한류가 좀 더 주류가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북한 내 한류가 미친 영향을 다루는 세션도 준비돼 있다.
/연합뉴스
"한류 전용 OTT 플랫폼 만들 필요 있어" 문시연 세계한류학회장은 26일(현지시간) "한류는 하나의 현상이 아닌 장르"라며 "문화 산업에 그칠 게 아니라 이론화 작업을 거쳐야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0회 세계한류학술대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한류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런 제안을 내놨다.
문 회장은 또 한류의 콘텐츠 파워가 엄청난 만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플랫폼에서 벗어나 한류 전용 플랫폼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문 회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로 학술 대회가 10회째를 맞았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나
▲ 그동안의 한류 포럼은 우리가 공급자로서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해외에 보급할지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이번엔 10주년인 만큼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한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조명하기로 했다.
지금은 케이팝(K-Pop)의 영향을 받아 해외에서 그들의 정체성으로 그들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또 다른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카자흐스탄이 그 예로, 케이팝에서 영향을 받은 '큐팝(Q-Pop)'이 뜨고 있다.
남성 그룹 '91'의 인기가 엄청나다.
엔터 산업들이 현지화하면서 한국 사람 없는 한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걸 한류라고 부를 수 있나
▲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한류를 넓은 의미로 확대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꼭 우리가 만들어야만 한류가 아니라, 한류가 향유되고 공유되면서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이 입혀지는 게 문화 교류의 선순환이라고 본다.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확장해나가는 것이지 일방적인 공급만으로는 안 된다.
--10회 대회를 전통적 문화 강국 프랑스에서 개최한 이유는
▲ 학술대회를 한 번은 한국, 한 번은 해외에서 개최하는데, 올해는 문화 강국의 상징인 프랑스를 선택했다.
언어적인 요인도 고려했다.
(문 교수는 숙명여대 불문학과 교수다)
또 한 달 뒤 프랑스 파리에서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가 결정된다.
세계한류학회는 전 세계 학자들이 모이는 곳이고,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라 이런 분들이 모여있을 때 엑스포 유치 홍보도 함께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가 브랜드는 하드파워뿐 아니라 소프트 파워로도 만들어지는 만큼 엑스포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문화 외교를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
--한류의 세계화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인다.
현시점에서 한류 확산을 위해 보완할 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 한류학이 더 발전해야 한다.
지금 한류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외국에 더 많다.
이걸 학문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지만, 그건 실수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문화강국 이미지는 프랑스가 갖고 있었지만, 20세기 들어 문화 산업이 발달하면서 미국이 대중문화 이론을 발전시켰다.
문화 산업으로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이론화 작업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류는 하나의 현상이 아니다.
이걸 장르로 계속 발전시키려면 한류 이론들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한류 학자들이 개별적 관심과 호기심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한류학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케이문화에 대해 해외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 해외 학자들을 만나면 케이문화가 너무 관(官) 주도라는 이야길 많이 한다.
'문화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실과는 다르다.
관이 지원하는 건 있지만 관이 주도해서 케이문화가 확산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프랑스도 관이 지원해주는 게 많다.
다만 이런 인식을 불식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민간 영역에서 자주 만나 교류하다 보면 그런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거라 본다.
--프랑스만 해도 '케이' 관련 행사가 수시로 열리고 있는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케이팝 댄스 경연 대회, 태권도 시범 등 비슷하다.
한류 팬들 사이에서 다소 식상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행사 주최 측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게 아닌가.
케이팝에 대한 인기가 뜨거운 걸 부정할 순 없지만 포맷을 바꾸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나라마다 색채가 있고 감수성이 다르니 이런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한류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 한류의 틀을 확장해야 한다.
항상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이고 오픈해야 죽지 않는다.
또 앞으로 인공지능(AI)의 발달 등으로 노동시간이 줄면서 사람들에게 여유 시간이 많이 생길 텐데, 이런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한류가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우리가 한류 전용 OTT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솔직히 넷플릭스를 한류 콘텐츠가 지탱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의 콘텐츠 파워면 한류 전용 채널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학회의 다음 계획은
▲ 올 연말 서울경제진흥원(대표 김현우)이 50여개국 인플루언서 3천명을 초청해 '서울콘(Seoul Con)' 행사를 연다.
외국인들이 연말에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뿐 아니라 한국 서울을 찾도록 한다는 기획이다.
이 행사 기간에 학회와 함께 포럼도 개최한다.
유명한 팬덤 학자인 헨리 젠킨스 사우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초청해 한류가 좀 더 주류가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북한 내 한류가 미친 영향을 다루는 세션도 준비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