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단식에 따른 병원 입원으로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자리에서다. 지난달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징계 요구에 선을 그으며, 당 내부의 단합과 단결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며 “단합과 단결 위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혁신을 통해 국민 기대에 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삶이 절박하다”며 “(가결파 징계) 문제로 우리의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가결파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앞서 친명 의원들은 가결파를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외상값을 계산해야 한다”며 ‘가결파 청산’을 주장했다. 당원들의 가결파 의원 징계 청원도 지도부 답변 요건인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은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다만 강성 당원 중심으로 가결파 징계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이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가결파 징계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편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전면적인 국정 쇄신 요구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며 “그것이 말로만의 반성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주는 핵심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던졌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슬그머니 철회할 게 아니다”며 “말을 했으니 반드시 실천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오랜만에 최고위에 모습을 나타낸 이 대표는 회의 주재에 앞서 주위 사람들에게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