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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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소비가 최근 호조를 나타낸 배경에는 1조달러가 넘는 가계의 초과저축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으로 쌓인 자금이 소비에 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이 빠르게 소진되고,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22일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지난 2분기 개인소비지출은 18조419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0.8%, 전년 동기대비 5.8% 증가했다. 소비는 지난 2020년 2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증가세다.

한은은 미국의 소비가 견조한 원인으로 초과저축, 양호한 노동시장, 금리인상 영향 최소화 등을 꼽았다. 한은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1조달러 내외의 초과저축이 소비지출에 쓰인 것으로 추정했다. 가처분소득의 약 5%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팬데믹 기간중 소비제약과 정부 이전지출 등으로 쌓인 초과저축이 민간소비 재원이 됐다는 것이다.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시장의 초과수요도 소비를 견인했다. 임금소득이 올해 들어 전반적인 물가 수준보다 빠르게 상승한 가운데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실질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개선되면서 소비 회복세를 뒷받침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이와 반대로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인 금리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모기지를 중심으로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진행됐고, 모기지 대출의 상당부분이 팬데믹 직후 초저금리 수준에서 고정된 영향이다.

한은은 이같이 민간소비 증가 요인이 지속되긴 힘들다고 봤다. 초과저축의 소비 증가 기여도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8월 기준 가계 저축률은 3.9%로 팬데믹 이전 수준(6.2%)을 상당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고용증가세와 임금상승세도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다. 다만 제조업 등 최근 임금상승세가 낮았던 부문에서 임금 추격(catch-up)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인상의 효과도 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신용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학자금대출 상환 재개로 이자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미국 민간소비는 미 연준의 긴축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상승률의 완만한 둔화, 초과저축 소진 및 긴축적 신용여건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