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문가 "당분간 금리 상승세…예금·채권 만기 짧게"
"신용·전세대출은 고정금리…주담대는 변동금리로"
미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새 고금리 시대 예금·대출 전략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연 5%를 넘어서는 등 시장 금리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의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되겠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예금·채권에 투자할 때는 만기를 짧게 운용할 것을 조언했다.

대출의 경우 만기가 짧은 신용·전세대출은 고정금리,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가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 미 국채 10년물 금리 5% 넘어…"당분간 금리 더 오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금리는 주요국 긴축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연 5%를 넘어섰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당초 예상보다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승희 KB국민은행 WM투자솔루션부 수석차장은 "향후 금리가 본격적인 하락 추세로 접어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채권금리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경원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상방리스크가 더욱 커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금리 수준이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새 고금리 시대 예금·대출 전략은
◇ "예금·채권 단기로…회전예금 활용도 추천"
전문가들은 한동안 예금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더해 지난해 3분기부터 은행권 정기 예·적금에만 100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는데 본격적인 만기 도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만기 자금 유치를 위해 금융권 예금 금리가 연말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김경원 위원도 "예금금리가 지금보다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만기를 짧게 유지하고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회전예금의 경우 사전에 지정한 회전주기가 도래하면 자동 연장되는데, 회전 시점 금리가 적용된다"면서 "6개월 이내의 짧은 회전주기를 선택한 후 자동 연장하면서 내년 금리 고점 시기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석 신한PWM태평로센터 팀장은 "(작년 하반기에 가입한) 예금 만기가 10월 말부터 도래하면서 당분간 (예금 금리) 추가 상승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작년에 경험했듯 급격하게 금리 하락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경석 팀장은 "예금소비자는 이달 말이나 11월 중순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자금 사용계획 등을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며 "올해 말까지 큰 금리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 기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있을 수 있으니 장기간 고민하는 것보다는 결정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채권 역시 만기가 짧은 상품을 추천했다.

오경석 팀장은 "금리 인상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보다는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채권형 펀드 등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장단기채권 금리가 방향을 전환하는 시기에 자본차익을 노린 중장기 채권 투자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희 수석차장도 "단기채권은 만기가 짧아 시중 금리 변동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장기채권과 비교해 금리 격차가 크지 않은 장점이 있다"며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기채권에다 향후 채권 금리 하락 시 자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장기채권을 일부 추가하는 바벨형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미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새 고금리 시대 예금·대출 전략은
◇ "단기 대출은 고정금리·장기 대출은 변동금리"
은행권 전문가들은 대출의 경우 대출자산 운용 기간·자금 필요 기간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단기로 운용하는 신용·전세자금대출은 고정금리를 추천했다.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0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55∼7.143%로,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연 4.24∼6.725%보다 높았다.

이승희 수석차장은 "대출 기간이 짧은 상품은 대출 신청 시점 금리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선택하라"며 "짧은 기간 내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5년 이상 장기로 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이른 시한 내 상환계획이 없다는 가정하에 변동금리가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금리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경원 전문위원은 "변동금리 상품은 보통 6개월마다 금리가 변경된다"면서 "고금리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1년 이상 이같은 상황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오경석 팀장도 "변동금리부 대출이 고정금리부 대출보다 당장 이자 부담이 클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 적용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변동금리부 대출이 더 유리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11월 중순 전후까지는 채권 금리 변동성 확대로 금리가 높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신규 대출이나 대환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대출 신규 진행 시에는 중도상환수수료 등 금융비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