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러 원유 수출 금지 완화에 혼조…WTI 90달러 아래로 [오늘의 유가]
미국 긴축 장기화에 원유 수요 부진 전망
달러 강세도 발목…"美, 100달러 충격 극복 가능"


국제 유가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러시아가 낮은 품질의 디젤과 선박 연료 수출 금지를 일부 해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은 유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0.39%(0.35달러) 하락한 배럴당 89.6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 가격은 이달 들어 7.23%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11.74% 상승했지만, 이날엔 소폭 떨어졌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은 0.08%(2센트) 오른 배럴당 93.29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들어서 7% 이상 올랐다.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감산 유지 결정 등 영향으로 최근 상승세를 이어왔다. 거기다 러시아가 자국 시장 안정을 이유로 디젤·휘발유 수출을 금지한다고 지난주 발표하면서 크게 치솟았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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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가 이날 일부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와 디젤에 대한 일부 제한을 해제하는 등 원유 수출에 대한 약간의 변경 사항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 상승세는 완화됐다.

또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으로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리포우오일의 앤드루 리포우 회장은 "시장은 Fed가 더 오랜 기간 동안 금리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에 움직이고 있다"며 "원유 수요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 역시 유가 상승을 제한시키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미 달러 인덱스는 장중 106선을 웃돌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원유를 거래하는 기타 통화 보유자들에 유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져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된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로 위험회피 심리가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유가, 러 원유 수출 금지 완화에 혼조…WTI 90달러 아래로 [오늘의 유가]
한편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더라도 과거 고유가 시대와는 다른 전개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이날 보도했다. 에너지 소비 효율성이 과거보다 좋아진데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유가는 과거만큼 오르지 않아 소비자 지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내 평균 휘발유 소매가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면 1갤런당 5.71달러에 달한다. 현재 휘발유 소매가인 3.88달러보다 50% 가량 높은 수치다.

제임스 해밀턴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는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 유가 움직임은) 훨씬 완만한 상승"이라면서 "다만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충분하고, 당국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