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직전 햄스트링 부상…매 경기 연장 혈투에 눈가엔 멍까지
"아이 빨리 보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아시안게임] 멍들고 지쳤지만, 아들 위해 뛴 안바울…값진 동메달
유도 대표팀 남자 66㎏급 에이스 안바울(29·남양주시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악재를 겪었다.

지난 달 훈련 중 왼쪽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이 파열되면서 훈련에 전념하지 못했다.

안바울은 마냥 주저앉아있을 수 없었다.

다리를 쓰지 않는 상체 훈련에 전념했고, 부상이 아물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훈련 강도를 높이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컨디션은 대회 직전까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오히려 강도 높은 훈련 탓에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결전의 땅, 항저우를 밟은 안바울의 입술은 크게 부르터 있었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갑자기 훈련량을 끌어올려 상당히 피곤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안바울은 이를 악물었다.

지난 3월 태어난 아들 (안)지안 군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아들이 태어난 뒤 치르는 첫 국제종합대회"라며 "아내와 아들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멍들고 지쳤지만, 아들 위해 뛴 안바울…값진 동메달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66㎏급 16강전에서 북한 리금성을 상대로 정규시간 4분과 연장 1분 47초를 합해 5분 47초 접전을 펼쳤고, 8강에선 키르기스스탄 아이벡 쿠바니치벡과 무려 10분 38초 동안 연장 혈투를 펼쳤다.

안바울은 경기 중 상대 선수의 손에 찔려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들기도 했다.

지친 안바울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다리가 아프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메치기로 쿠바니치벡을 무너뜨렸다.

'숙적' 일본의 다나카 료마와 4강전도 치열했다.

안바울은 정규시간 4분 동안 지도 2개씩을 주고받았고, 다시 연장전에 들어갔다.

3경기 연속 연장 접전이었다.

안바울은 쉬지 않고 공격을 시도했다.

부상 여파와 체력난 속에서도 아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어나고 또 일어났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안바울은 연장 5분 49초에 3번째 지도 판정을 받아 패했다.

유도에선 지도 3개를 받으면 그대로 패한다.

심판은 경기 내내 소극적인 플레이를 한 다나카에게 지도를 주지 않고 매서운 공격을 이어간 안바울에게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지도를 주는 등 석연치 않은 판정을 내렸다.

결승 진출을 눈앞에서 놓친 안바울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오비드 제보프(타지키스탄)를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꺾고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멍들고 지쳤지만, 아들 위해 뛴 안바울…값진 동메달
경기 후 만난 안바울은 "준결승 경기에서 졌지만,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메달을 꼭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라며 "주변 분들의 도움 속에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됐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어쨌든 대회를 잘 끝냈으니 아내가 집에서 잘 쉬고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이를 빨리 보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연장전을 많이 치르고 있는데, 다음부터는 (정규시간에) 경기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며 "더욱 성장해서 파리 올림픽에선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안게임] 멍들고 지쳤지만, 아들 위해 뛴 안바울…값진 동메달
이날 북한 리금성과 맞대결에 관해선 "특별한 생각은 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며 "경기 후엔 서로 격려하며 악수하고 끝냈다"고 했다.

안바울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유도의 간판이다.

항저우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든 안바울은 내년에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향해 다시 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