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2040년 심부전 172만명 달할 듯…국민 10명 중 4명 "심부전 잘 몰라"
심부전학회 "환자 절반이 5년 이내 사망…노화과정 아닌 꼭 치료해야 할 질환"

#. A(49)씨는 갑자기 숨이 차오르고 발이 붓는 등의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혈관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퇴원 후 호흡곤란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A씨는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고, 곧 숨이 쉬어지지 않은 상태에 다다를 것만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A씨는 퇴원 며칠 만에 집에서 실신했고, 곁에 있던 아들이 부른 119구급차에 실려 다시 병원을 찾게 됐다.

하지만 그는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1개월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했다.

이후 그가 눈을 떴을 때는 몸에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가 채워진 상태였고, 그제야 처음으로 자신이 '심부전' 환자라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A씨는 현재 심장보조장치를 몸에 차고 있는 상태로, 의료진은 A씨에게 조만간 심장 이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위클리 건강] "스텐트 시술에도 심해진 호흡곤란…알고보니 원인은 '심부전'"
A씨가 앓고 있는 심부전(心不全)은 여러 원인으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심박출량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신체 각 부분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질환이다.

심장 기능의 마지막 단계라는 의미에서 '심장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23일 대한심부전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심부전 유병률은 인구 고령화 추세의 여파로 2013년 1.5%에서 최근에는 약 2.5%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2040년에는 심부전 유병률이 3%(172만명)를 넘어설 것으로 학회는 전망했다.

부산대 양산병원 순환기내과 이수용 교수는 "한국인에게 심부전은 다른 서구 국가와 마찬가지로 기대수명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질병으로 떠올랐다"면서 "60세 미만의 경우 현재 1% 정도인 심부전 유병률이 2040년에는 5.5%로 급격히 증가하고, 60세 이상에서는 12.6%에 달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부전 환자 증가세는 진료 통계에서도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1년 심부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3만9천682명으로 2017년 22만1천315명 대비 8.3% 증가했다.

전체 심부전 환자의 85% 이상을 60대 이상이 차지했고,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 보다 약 1.4배 많았다.

심부전은 급성 심근경색이나 판막 파열 등에 의해 급성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점차 진행하는 만성이 대부분이다.

만성이라는 건 심장의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온몸으로 보내는 피의 양, 즉 심박출량을 유지하기 위해 심박동수는 빨라지고 심장은 커지며 심근은 비대해지는 것이다.

[위클리 건강] "스텐트 시술에도 심해진 호흡곤란…알고보니 원인은 '심부전'"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A씨와 같은 호흡곤란이다.

처음에는 운동할 때만 호흡곤란이 나타나지만, 질병이 진행함에 따라 밤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숨이 차서 깨기도 하고 말기에는 쉬는 중에도 숨이 가쁘게 된다.

머리가 아프고 잠이 안 오거나 불안감이 느껴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우도 있다.

온몸이 붓고 얼굴이 파랗게 되기도 하고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심각한 부정맥으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졸도하는 경우도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미정 교수는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할 수 있던 움직임을 힘들어 못 하게 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예전엔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찬다거나 계단 몇 층 정도는 쉽게 올라갔는데 힘들어졌다면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위클리 건강] "스텐트 시술에도 심해진 호흡곤란…알고보니 원인은 '심부전'"
심부전의 원인으로는 흡연, 비만, 고지방식, 운동 부족 등의 나쁜 식생활 습관에서부터 관상동맥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심장근육병증, 선천성 심장질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등의 다양한 원인이 거론된다.

학회의 동반 질환 분석에서는 고혈압(79%), 당뇨병(59%), 허혈성심장질환(51%), 심방세동(20%) 순으로 많았다.

심부전은 심전도 검사, 흉부 방사선 촬영,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이외에 추가로 심장 혈관을 촬영하는 관상동맥 조영술이나 혈액 검사 등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심부전은 중증도에 따라 병기를 분류하는데, 아무 증상 없이 심근 손상 위험 요인만 있는 초기부터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까지 총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무증상 고위험군으로 생활습관 교정 및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2단계는 아직 심부전 증상이 없지만 심장의 구조나 기능 이상이 시작된 단계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3단계 이후에는 약물치료와 함께 수술, 심장이식이나 심장보조장치 삽입술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심부전이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질환인 만큼 완치보다는 증상이 호전될 수 있을 정도의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통계상으로는 아직도 전 세계 심부전 진단 환자의 절반이 5년 이내에 사망하고, 상당수 암 환자보다도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

[위클리 건강] "스텐트 시술에도 심해진 호흡곤란…알고보니 원인은 '심부전'"
하지만 아직 심부전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대한심부전학회가 최근 30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약간의 활동에도 쉽게 숨이 차며 피곤하고, 발목이 붓는 심부전 증상에 대한 인지도는 57.8%에 그쳤다.

특히 심장 질환인 심부전을 정상적인 노화 과정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도 20%에 달했다.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심장내과 안효석 교수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심부전을 심각한 질환으로 여기지 않았고, 질환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비율도 25% 미만에 머물렀다"면서 "심부전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다래 교수는 "환자 중에는 숨이 차는 증상이 있어도 이게 뭔지 잘 모르고, 막연히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기다리다가 병원에 늦게 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심부전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과 함께 질환의 진행을 늦추려는 개인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학회는 심부전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평소 ▲ 금연 ▲ 체중감량 ▲ 금주 ▲ 카페인 섭취 줄이기 ▲ 싱겁게 먹기 ▲ 규칙적인 운동 ▲ 스트레스 줄이기 ▲ 정기적인 외래 방문 등의 생활 습관 조절을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