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여파에 휘말린 사법수장 임명…짙어지는 우려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李 영장심사 앞두고 압박 움직임도

법조계에서는 국회가 '후보자 적격성'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법원장 공백 상태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24일을 끝으로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후임으로는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후보자가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마쳤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여야 합의로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21일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고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사실상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현재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11월 9일이다.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데다 다음 달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어 자칫 공백이 연말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오석준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역대 최장기간인 119일간 표류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대법원에 계류된 사건들의 심리도 늦춰졌다.
대법원장의 장기간 공석은 사법부 기능에 더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진행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판결에 제동이 걸린다.
일선 법원의 법률 해석을 바꾸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의 존재 이유'로 평가받기도 한다.
현재 총 5건이 전원합의체 심리 대상 사건으로 계류 중이다.
당장 사법부 수장의 빈 자리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가장 선임인 안철상 대법관이 임시로 권한을 대행할 수 있지만,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관해 법률검토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합 재판장 권한대행은 이론상 가능해 보이나 실제 권한을 대행하여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더구나 안 대법관 역시 내년 1월 민유숙 대법관과 함께 퇴임을 앞두고 있다.
대법관에 대한 제청권은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의 권한이다.
이를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제청이 불가능하다면 대법원장의 부재가 도미노처럼 대법관들의 부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2월에는 전국 법관 정기 인사도 예정돼 있다.
현행 헌법이 마련된 1987년 이후 대법원장 공석으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 것은 1993년 9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문제로 사퇴하면서 최재호 대법관이 2주간 권한을 대행했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이번 공석 사태는 사법부 독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같은 정치적 사안과 맞물리는 모양새가 된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과 대법원장 임명 문제를 묶어 언급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장심사에서 불구속 재판이 되도록 최대한 힘을 모을 때"라며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25일로 됐는데, 100% 부결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앞에 모여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했던 이 대표의 지지층은 26일 영장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인근에도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런 정치권의 '압박'이 영장심사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장전담판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이 같은 정치적 상황이 영장의 발부 여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일축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사람이니까 부담은 될 수 있다.
그래서 (압박성 움직임이) 부적절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판사는 이런 사건일수록 법리를 철저히 따져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외부의 상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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