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외무장관 "멜로니 총리, 일대일로 탈퇴 계획 中에 통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중국에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고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타야니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 앵커 마리아 바르티로모와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가 일대일로 탈퇴 계획에 대해 리창 중국 총리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창 총리와 양자회담을 했는데, 당시에 일대일로 탈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타야니 외무장관은 중국이 보복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바르티로모의 질문에 "모르겠지만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라며 "확실히 중국과 대화하고 싶지만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원"이라고 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중국의 서쪽인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유럽, 나아가 세계 곳곳을 육상철도와 해상(항구)으로 잇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는 사업 5년 차를 앞둔 올해 12월 22일까지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간 자동 연장된다.

멜로니 총리는 취임 전부터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탈퇴 여부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지난 7월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취임 이후 첫 방미길에 오른 멜로니 총리는 당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사업 탈퇴 문제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12월 이전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 문제는 중국 정부는 물론 자국 의회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지만, 중국과 무역량이 가장 많은 G7 국가가 아니라며 이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일대일로에서 벗어나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이탈리아는 유럽의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양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함에 따라 선택지는 이미 정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대외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자국 자동차 산업 때문에 대만과 밀착해야 하는 상황이다.

타야니 외무장관은 "대다수 의원이 일대일로 탈퇴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중요한 결정은 의회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