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캅카스화약고' 안은 아제르·아르메니아…이번엔 해결책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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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르노-카라바흐 둘러싸고 또 충돌 하루만에 휴전…평화협상 열기로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80%인데도 옛소련 때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편입
소련 붕괴후 아르메니아로 통합 시도…무력분쟁·휴전 거듭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무력 충돌이 재발한 지 하루 만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서 장시간 이 지역에 뿌리박혀 있던 안보 불안이 누그러들지 관심을 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과 상호 적대행위를 멈추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역시 이 사실을 확인했다.
양측은 21일 아제르바이잔 예블라흐에서 후속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아르메니아계 자치군의 무장을 해제하고 아르메니아 군대와 군사장비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아제르바이잔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이 협상이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재통합하는 절차로 보고 있다.
히크메트 하지예프 아제르바이잔 정부 외교정책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치군의 무장해제는 30년간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땅을 성공적으로 재통합하고 평화를 찾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캅카스산맥의 고원 지대에 자리 잡은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주민의 80%가 아르메니아인이지만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간주한다.
이처럼 영토가 정해진 것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모두를 연방국으로 거느리게 된 옛 소련은 1924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아제르바이잔 내 자치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사실상 이때부터 분쟁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기독교를 믿는 아르메니아인들의 터전을 이슬람교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통제 아래 둔 것은 민족·종교 갈등을 예고한 일이라는 것이다.
1915∼1917년 오스만 제국 내에서 약 15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산되는 민족 대학살을 겪은 아르메니아는 튀르키예와 민족·언어적 계통이 같은 아제르바이잔과 문화적으로 섞이기 어려운 역사적 경험도 갖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으나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가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양측은 1994년 5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의원 총회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휴전이 성립되기까지 양측에서 약 3만 명이 전사했으며 아르메니아에서 50만명, 아제르바이잔에서 70만명가량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휴전과 무력 충돌이 거듭되는 분쟁 상황이 이어졌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아르차흐 공화국' 등 명칭을 바꾸며 주권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고,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는 자치군을 운영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캅카스의 화약고'라고 불리며 30년 넘게 분쟁 지역으로 남았다.
2016년에는 양측의 무력충돌로 약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20년에도 6주간 대규모 교전을 벌인 바 있다.
양국은 수천 명이 숨진 뒤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러시아의 중재로 정전에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은 지속했다.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긴장이 이어지던 중 전날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자국민 6명이 지뢰폭발 사고로 사망하자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아르메니아계 자치군 시설 등을 포격했다.
대규모 분쟁 재발의 우려가 고조됐으나 무력 충돌 하루 만에 러시아 측의 중재로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은 휴전에 합의했다.
아르메니아계 자치군의 무장해제와 지역 재통합 문제가 향후 협상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군사 장비와 조직, 시설 등을 모두 포기하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고르노-카라바흐의 행정 체계를 어느 수준까지 통합할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자치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튀르키예, 미국 등이 양측의 논의 과정에 어떻게 개입할지도 변수로 여겨진다.
만약 아제르바이잔이 원하는 대로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모든 군사수단을 포기하고 지역 통합에 협조한다면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의 무력분쟁 소지는 크게 줄겠지만, 쟁점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 지역의 안보 불안 상태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80%인데도 옛소련 때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편입
소련 붕괴후 아르메니아로 통합 시도…무력분쟁·휴전 거듭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무력 충돌이 재발한 지 하루 만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서 장시간 이 지역에 뿌리박혀 있던 안보 불안이 누그러들지 관심을 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과 상호 적대행위를 멈추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역시 이 사실을 확인했다.
양측은 21일 아제르바이잔 예블라흐에서 후속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아르메니아계 자치군의 무장을 해제하고 아르메니아 군대와 군사장비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아제르바이잔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이 협상이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재통합하는 절차로 보고 있다.
히크메트 하지예프 아제르바이잔 정부 외교정책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치군의 무장해제는 30년간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땅을 성공적으로 재통합하고 평화를 찾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캅카스산맥의 고원 지대에 자리 잡은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주민의 80%가 아르메니아인이지만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간주한다.
이처럼 영토가 정해진 것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모두를 연방국으로 거느리게 된 옛 소련은 1924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아제르바이잔 내 자치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사실상 이때부터 분쟁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기독교를 믿는 아르메니아인들의 터전을 이슬람교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통제 아래 둔 것은 민족·종교 갈등을 예고한 일이라는 것이다.
1915∼1917년 오스만 제국 내에서 약 15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산되는 민족 대학살을 겪은 아르메니아는 튀르키예와 민족·언어적 계통이 같은 아제르바이잔과 문화적으로 섞이기 어려운 역사적 경험도 갖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으나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가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양측은 1994년 5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의원 총회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휴전이 성립되기까지 양측에서 약 3만 명이 전사했으며 아르메니아에서 50만명, 아제르바이잔에서 70만명가량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휴전과 무력 충돌이 거듭되는 분쟁 상황이 이어졌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아르차흐 공화국' 등 명칭을 바꾸며 주권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고,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는 자치군을 운영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캅카스의 화약고'라고 불리며 30년 넘게 분쟁 지역으로 남았다.
2016년에는 양측의 무력충돌로 약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20년에도 6주간 대규모 교전을 벌인 바 있다.
양국은 수천 명이 숨진 뒤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러시아의 중재로 정전에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은 지속했다.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긴장이 이어지던 중 전날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자국민 6명이 지뢰폭발 사고로 사망하자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아르메니아계 자치군 시설 등을 포격했다.
대규모 분쟁 재발의 우려가 고조됐으나 무력 충돌 하루 만에 러시아 측의 중재로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은 휴전에 합의했다.
아르메니아계 자치군의 무장해제와 지역 재통합 문제가 향후 협상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군사 장비와 조직, 시설 등을 모두 포기하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고르노-카라바흐의 행정 체계를 어느 수준까지 통합할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자치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튀르키예, 미국 등이 양측의 논의 과정에 어떻게 개입할지도 변수로 여겨진다.
만약 아제르바이잔이 원하는 대로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모든 군사수단을 포기하고 지역 통합에 협조한다면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의 무력분쟁 소지는 크게 줄겠지만, 쟁점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 지역의 안보 불안 상태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