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공격적 R&D 가능해지나…한화에어로·현대重 '수혜'
방산업계, 계약 미이행 지체상금 부담 덜어줘
'고도의 기술' 적용 시 계약 변경할 수 있도록
'K방산' 과감한 R&D 도전 독려해 기업가치↑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은 오는 2026년 6048억2000만 달러(약 802조원·리서치앤드마켓)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성이 높은 관련 시장 공략을 위해선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만큼 국내에서 활발한 최첨단 기술 연구개발(R&D) 노력이 필요하다.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K-방산' 업체들의 연구개발 리스크를 덜어주자는 취지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방산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어 업체들의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방위사업계약에 관한 법률안 등
  • 호재 예상 기업 :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현대위아 등
  • 발의 :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의원실 : 02- 784-7911)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 : 02-784-8991)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 : 02-784-4177)
  • 어떤 법안이길래: 이행 지체의 원인이 정부 또는 협력사에 있는 경우 지체상금 감면
    고도의 기술이 요구돼 계약 이행을 노력함에도 목적 달성이 어려울 경우 계약 변경 가능
    핵심 및 미래도전 기술, 신기술 등 적용되면 낙찰자 결정 시 인센티브 부여(※3개 법안을 통합한 국방위원장 대안 내용 기준)
  • 어떤 영향 주나 : 지체상금 둘러싼 방산업체들의 소송 리스크 감소
    지체상금 부과 등 수익성 훼손 최소화

"일반 국가계약과 방산 관련 계약의 차별화"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 의원(방위사업계약체결 및 이행에 관한 법률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의원(방위사업계약에 관한 법률안), 김병주 의원(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병합한 위원장 대안을 심사해 통과시켰다.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쟁점과 관련한 부분을 조율했고 조율했고, 최종적으로 위원장 대안을 마련해 전체회의에서 처리한 것이다. 사실상 여야 국방위원들 합의를 거쳐 마련된 법안인만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문턱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정안은 방산업체들이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이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주된 목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산업계의 지체상금(지체보상금) 부담을 덜어주는 조항이다. 지체상금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납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물어야하는 일종의 손해배상금이다.

방위사업은 워낙 고도의 첨단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당초 계획한대로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최종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정안은 '이행 지체의 원인이 계약 상대방 뿐만 아니라 정부 또는 협력업체 등에 함께 있는 경우 지체상금을 감면'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고도의 기술 수준이 요구돼 계약을 성실히 이행해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방산업체들이 최신 기술을 적용하느라 계약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일정 부분 변경해 업체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개정안은 '핵심기술, 미래도전기술, 신기술 등을 계약 목적물에 적용하는 경우 낙찰자 결정 시 가산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김병주 의원은 "계약업체(방산업체)가 위험을 무릎쓰고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방위산업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선도하는 첨단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방위사업은 고도의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적인 공사 용역 일반물자 구매 및 단순 제조 등의 계약과는 다르다"며 "대규모·장기·고가의 계약인 경우가 많고 이행도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5년간 지체상금 민사소송 21건...징수액은 1조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지체상금 징수결정액(부과액 10억원 이상 기준)은 1조729억원이다. 2020년에는 총 8건에 대해 3028억원이 부과됐고, 2021년에는 5건에 대해 2156억원이 부과됐다.

소송도 빈번하다. 같은 기간 지체상금을 놓고 벌어진 민사소송은 총 21건으로, 소송가액이 7426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승소(전부승소 기준)하는 비율은 지난해 6월까지 50%에 그쳤다. 나머지는 업체가 일부 승소 등 이기는 경우다.

방산업체 입장에선 적지 않은 소송 비용과 이에 따른 업무 전력 소모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이유 등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는 국방 관련 계약을 일반 국가계약 법제에서 독립시켜 별도의 법 체계를 구축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최초의 이헌승 의원안을 검토했던 국회 국방위 전문위원도 "계약업체들이 지체상금 부과 등에 대해 빈번하게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면서 "방사청 관련 소송 결과 50%가 감경 처분으로 변경된다는 점에서 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신규 무기체계 개발 시 계약 상대자의 귀책이 아닌 경우 지체상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지체상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무기체계 품질 안정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서 기업 가치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도 "항공우주 분야 연구개발의 경우 실패에 따른 계약상 불이익 때문에 과감하게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합리적인 내용들이 법안에 들어가 비용은 물론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업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여야 합의案 도출...통과 가능성 높아"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인 국방위를 통과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작은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여야 의원 28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방위사업계약 체결 및 이행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사실상 여야 공동 발의 법안으로, 방위사업 계약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방 조달과 관련된 계약 제도 등을 담은 별도의 법을 제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 반대에 추가 협의가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이 의원안에 이어 정성호 의원안, 김병주 의원안으로 점차 보완됐다. 국방 관련 국가 계약을 별도 법으로 떼어내면 다른 국가 계약도 국방 관련 계약처럼 독립시키는 사례가 줄을 이을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우려였다.

결국 기재부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져 제정안 대신 기존 방위사업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최종 개정안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물론 기재부와도 최종 합의된 사안이 반영됐다.

이는 나머지 관문인 국회 법사위,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방위 관계자는 "사실상 여야 의원들과 정부 유관 부처들도 합의한 안(案)"이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입법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