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평가 엇갈린 MS의 야심작 '스타필드'가 던지는 교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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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계승한 혁신적인 시스템에도 부족한 콘텐츠·완성도 눈에 띄어
2000년대 이후 서양 역할수행게임(RPG) 역사에서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가 남긴 족적은 막대하다.
베데스다가 1990년대 말 나온 고전 게임 지식재산(IP)을 3D 환경으로 옮겨 만든 '엘더 스크롤' 4편과 5편, '폴아웃' 3편과 4편은 여러 국제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GOTY) 상을 휩쓸었다.
넓고 현실적으로 구성된 맵을 일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하는 베데스다식 RPG 특유의 요소는 수많은 팬을 만들었다.
전작에서 검증된 성공 공식을 우주 무대로 가져온 베데스다의 SF(공상과학) RPG '스타필드'는 지난 6일 발매 후 팬들 사이에서 그 어느 작품보다도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 오픈월드는 크기가 전부? 중요한 건 경험의 밀도
'크기' 측면에서 볼 때 스타필드는 근래에 나온 그 어느 오픈월드 게임보다 큰 게임이다.
100개가 넘는 항성계에 1천여개의 착륙 가능한 행성이 있고, 게임 속에 구현된 각각의 행성의 넓이만 해도 베데스다가 기존에 선보인 게임 하나 수준이다.
제작진은 이런 방대한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알고리즘에 따라 지형을 무작위로 생성하는 '절차적 생성'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절대다수의 행성이 '영혼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이 직접 디자인한 몇몇 도시와 퀘스트 장소를 제외하면, 플레이어가 자동 생성된 행성 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뻔하다.
그저 스캐너를 켠 채 별 특색 없는 자원·생물을 찾아 채집하거나, 다른 행성에서도 본 것 같은 자동 생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일뿐이다.
무작위로 생성된 각각의 장소들은 플레이어의 동선이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배치돼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아무런 탈것 하나 없이 짧게는 수백 미터에서 길게는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우주선의 이·착륙 과정은 그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짧은 영상과 함께 자동으로 진행돼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해친다.
'젤다의 전설' 오픈월드 연작이나 베데스다의 이전 게임들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플레이어의 관심을 유발할 여러 장치들을 배치해 탐험 자체를 재밌게 만든 것과 대비된다.
오픈월드 게임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넓은 맵이 아니라, 그 내부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채우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 몰입감 해치는 부족한 AI와 버그…한글화 미지원도 아쉬워
오픈월드의 근본적인 설계에도 결함이 있지만, 미흡한 디테일도 게임플레이 경험을 해치는 요소다.
NPC(플레이 불가능 캐릭터)들의 인공지능(AI)은 비슷한 스타일의 전작 게임인 '폴아웃 4'보다도 퇴보한 모습을 보인다.
적들은 전투 도중 플레이어가 코앞에서 총을 겨누는데도 반응하지 않고 멀뚱멀뚱 먼 산을 보는 일이 잦고, 아군 동료들은 걸핏하면 길을 찾지 못하고 벽을 향해 제자리걸음을 한다.
부족한 최적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성능 PC에서도 대도시에 들어가면 화면이 툭툭 끊기는 일이 잦고, MS의 플래그십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 시리즈 X에서도 프레임이 30프레임으로 제한된다.
다만 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시스템 사양이 올라가고, 최적화 패치가 단행되면 개선될 수 있는 요소다.
전작보다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과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 표현도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명작 게임을 만드는 데는 기술적인 혁신뿐만 아니라, 디테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경험이었다.
다른 글로벌 게임사의 트리플A 게임 상당수가 한국어를 지원하는 오늘날의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한국어 미지원'도 국내에서의 부정적인 평가에 한몫한다.
물론 게임 발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AI 번역 기술을 이용한 한국어 패치가 나왔지만, 정식 지원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 잠재력은 여전히 커…사후지원·모드가 해답 될까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스타필드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RPG이다.
최근 들어 해외 콘솔 시장을 노리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가 참조할 만한 요소도 가득하다.
베데스다가 그간 내놓은 RPG에서 보여 준 깊이 있는 스토리 라인과 매력적인 세계관 설정은 스타필드에서도 녹슬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집단에 소속돼 퀘스트를 진행하고, 때로는 어느 한쪽 편을 들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
폴아웃 4에서 보여줬던 정착지 건설 시스템은 일부 간소화하되 장점만 취해 돌아왔고, 엔진과 선실 같은 부품을 하나하나 붙였다 떼었다 하며 나만의 함선을 만드는 경험은 어느 게임에서도 찾기 힘든 혁신이었다.
이런 게임플레이 경험은 앞으로 나올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를 통해 더 확장될 전망이다.
모드(mod)를 통해 게임 전반이 개선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모드는 이용자들이 게임을 개조해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소를 넣는 창작 콘텐츠로, 베데스다의 게임들은 모든 제작자에게 친화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스타필드'의 부족한 콘텐츠와 디테일을 채우는 역할의 일부는 결국 전 세계의 게이머 커뮤니티가 나눠 짊어진 셈이다.
/연합뉴스
베데스다가 1990년대 말 나온 고전 게임 지식재산(IP)을 3D 환경으로 옮겨 만든 '엘더 스크롤' 4편과 5편, '폴아웃' 3편과 4편은 여러 국제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GOTY) 상을 휩쓸었다.
넓고 현실적으로 구성된 맵을 일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하는 베데스다식 RPG 특유의 요소는 수많은 팬을 만들었다.
전작에서 검증된 성공 공식을 우주 무대로 가져온 베데스다의 SF(공상과학) RPG '스타필드'는 지난 6일 발매 후 팬들 사이에서 그 어느 작품보다도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 오픈월드는 크기가 전부? 중요한 건 경험의 밀도
'크기' 측면에서 볼 때 스타필드는 근래에 나온 그 어느 오픈월드 게임보다 큰 게임이다.
100개가 넘는 항성계에 1천여개의 착륙 가능한 행성이 있고, 게임 속에 구현된 각각의 행성의 넓이만 해도 베데스다가 기존에 선보인 게임 하나 수준이다.
제작진은 이런 방대한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알고리즘에 따라 지형을 무작위로 생성하는 '절차적 생성'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절대다수의 행성이 '영혼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이 직접 디자인한 몇몇 도시와 퀘스트 장소를 제외하면, 플레이어가 자동 생성된 행성 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뻔하다.
그저 스캐너를 켠 채 별 특색 없는 자원·생물을 찾아 채집하거나, 다른 행성에서도 본 것 같은 자동 생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일뿐이다.
무작위로 생성된 각각의 장소들은 플레이어의 동선이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배치돼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아무런 탈것 하나 없이 짧게는 수백 미터에서 길게는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우주선의 이·착륙 과정은 그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짧은 영상과 함께 자동으로 진행돼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해친다.
'젤다의 전설' 오픈월드 연작이나 베데스다의 이전 게임들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플레이어의 관심을 유발할 여러 장치들을 배치해 탐험 자체를 재밌게 만든 것과 대비된다.
오픈월드 게임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넓은 맵이 아니라, 그 내부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채우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 몰입감 해치는 부족한 AI와 버그…한글화 미지원도 아쉬워
오픈월드의 근본적인 설계에도 결함이 있지만, 미흡한 디테일도 게임플레이 경험을 해치는 요소다.
NPC(플레이 불가능 캐릭터)들의 인공지능(AI)은 비슷한 스타일의 전작 게임인 '폴아웃 4'보다도 퇴보한 모습을 보인다.
적들은 전투 도중 플레이어가 코앞에서 총을 겨누는데도 반응하지 않고 멀뚱멀뚱 먼 산을 보는 일이 잦고, 아군 동료들은 걸핏하면 길을 찾지 못하고 벽을 향해 제자리걸음을 한다.
부족한 최적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성능 PC에서도 대도시에 들어가면 화면이 툭툭 끊기는 일이 잦고, MS의 플래그십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 시리즈 X에서도 프레임이 30프레임으로 제한된다.
다만 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시스템 사양이 올라가고, 최적화 패치가 단행되면 개선될 수 있는 요소다.
전작보다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과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 표현도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명작 게임을 만드는 데는 기술적인 혁신뿐만 아니라, 디테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경험이었다.
다른 글로벌 게임사의 트리플A 게임 상당수가 한국어를 지원하는 오늘날의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한국어 미지원'도 국내에서의 부정적인 평가에 한몫한다.
물론 게임 발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AI 번역 기술을 이용한 한국어 패치가 나왔지만, 정식 지원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 잠재력은 여전히 커…사후지원·모드가 해답 될까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스타필드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RPG이다.
최근 들어 해외 콘솔 시장을 노리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가 참조할 만한 요소도 가득하다.
베데스다가 그간 내놓은 RPG에서 보여 준 깊이 있는 스토리 라인과 매력적인 세계관 설정은 스타필드에서도 녹슬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집단에 소속돼 퀘스트를 진행하고, 때로는 어느 한쪽 편을 들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
폴아웃 4에서 보여줬던 정착지 건설 시스템은 일부 간소화하되 장점만 취해 돌아왔고, 엔진과 선실 같은 부품을 하나하나 붙였다 떼었다 하며 나만의 함선을 만드는 경험은 어느 게임에서도 찾기 힘든 혁신이었다.
이런 게임플레이 경험은 앞으로 나올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를 통해 더 확장될 전망이다.
모드(mod)를 통해 게임 전반이 개선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모드는 이용자들이 게임을 개조해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소를 넣는 창작 콘텐츠로, 베데스다의 게임들은 모든 제작자에게 친화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스타필드'의 부족한 콘텐츠와 디테일을 채우는 역할의 일부는 결국 전 세계의 게이머 커뮤니티가 나눠 짊어진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