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해 볼넷 허용 후 병살 유도
올해 가장 느린 '시속 100㎞' 커브로 '느림의 미학' 선보여
오심을 병살로 극복…'투수 무덤'에서 살아 나온 류현진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투수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 필드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2022년까지 통산 6경기 등판에 1승 4패 평균자책점 7.09로 크게 흔들렸고, 홈런도 8방이나 맞았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최다 실점한 2017년 5월 10일 콜로라도 로키스전(4이닝 8피안타 5자책 10실점)의 무대도 쿠어스 필드였다.

2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을 통해 2019년 8월 이후 4년여 만에 다시 쿠어스 필드에 돌아온 류현진은 한층 완숙한 투구를 펼쳐 무덤에서 살아 나오는 데 성공했다.

이날 류현진은 5이닝 4피안타(1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25에서 2.48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으니 해발 고도 1천610m 고지대라 장타가 쏟아져 나오는 쿠어스 필드 등판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4-2로 앞선 6회 시작과 동시에 바통을 넘겨 시즌 4승 요건을 갖췄던 류현진은 불펜 방화로 팀이 역전을 허용, 승리를 놓친 게 아쉬웠다.

오심을 병살로 극복…'투수 무덤'에서 살아 나온 류현진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4회였다.

앞선 3회 엘레우리스 몬테로에게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2점 홈런을 내준 류현진은 4회 1사 1루에서 놀런 존스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 안에 집어넣었지만, 구심 앙헬 에르난데스는 볼을 선언했다.

에르난데스 심판은 메이저리그에서 여러 차례 스트라이크·볼 판정으로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2017년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뛰던 이언 킨슬러가 에르난데스 심판의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차라리 다른 일(직업)을 알아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어이없는 판정에도 류현진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내준 몬테로에게 빠른 공을 던져 2루수 병살타를 유도, 위기에서 탈출했다.

MLB 기록 전문 웹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의 76구 투구 가운데 절반인 38구에 콜로라도 타자들이 스윙했고, 나머지 절반인 38구는 지켜보기만 했다.

오심을 병살로 극복…'투수 무덤'에서 살아 나온 류현진
페어 지역으로 들어간 15구 가운데 배트 중심에 맞은 '하드 히트'는 7개였고, 그중 딱 하나 던진 체인지업이 유일한 실점인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패스트볼은 37구를 던졌고, 컷 패스트볼(커터·17구)과 커브(12구), 체인지업(10구)을 적절히 섞어서 구사했다.

쿠어스 필드는 공기 밀도가 낮아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낙폭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적극적으로 구사하던 커브 비중을 낮추고 대신 커터를 결정구로 활용했다.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90.1마일(약 145㎞)에 그쳤으나, 정교한 제구력으로 콜로라도 타자를 묶어놓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스피드였다.

4회 1사 후 상대한 헌터 굿맨에게 던진 초구 스트라이크 커브는 시속 62.4마일(100㎞)로 올 시즌 가장 느린 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