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의 애장품과 함께한 시간들…산문집 '또 못 버린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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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반지·펜·연필 등 물건에 얽힌 솔직담백한 이야기
소설가 은희경의 집에 가장 많은 물건은 작가니까 당연히 책이다.
그다음은?
술잔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은희경의 이삿짐을 박스에 꾸리던 이사업체 직원은 자신 있게 이렇게 내뱉었다.
"이 집 주인은 교수 아니면 술집 하던 사람일 거야."
은희경의 신작 산문집 '또 못 버린 물건들'에는 그와 함께한 시간과 삶의 궤적이 담겨 있어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에 관한 산문 스물네 편이 수록됐다.
지난해 7~12월 웹진 채널예스에 연재한 '은희경의 물건들' 원고를 다듬어 엮었는데, 4년 된 낡은 아이폰11 모델로 소장품을 직접 찍은 사진들도 함께 담았다.
첫 번째로 다룬 물건이 바로 책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술잔이다.
"음주에 진심인 사람답게 나는 갖가지 술의 종류에 맞는 잔을 구비해놓고 있다.
그중에서 맥주잔이 제일 많다.
"(16쪽)
'술잔의 용량은 주량에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이 글에서 작가는 술잔이라는 물건에 얽힌 자신의 음주 역사를 풀어놓는다.
삼십 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술의 매력을 알게 된 작가가 취한 눈으로 돌아본 자기 자신은 "소심하고 고지식하다고만 알아 온 내가 제법 솔직하고 웃기고 패기조차 있고, 무엇보다 좌절된 꿈을 가슴 깊이 숨긴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내 몸속 술꾼의 발견이 기득권 시스템의 압박에서 벗어나 개인성을 각성한 대탈주의 도화선이 되었다"며 술이 주는 자유와 해방의 느낌을 예찬한다.
산문집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의 반열에 오른 스타 소설가인 은희경의 이런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들이 많이 담겼다.
솔직하고 담백하며 발랄하다.
펜에 얽힌 얘기를 풀어 놓으면서는 "펜을 쥘 줄 알게 된 이래로 얼마나 많은 펜을 잃어버렸던가.
(중략) 사치품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것은 잃어버리는 기능일 거야"라고 책망하기도 한다.
작가가 애정하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에는 그 물건과 인연이 있는 사람에 대한 추억이 담겼다.
그중에 으뜸은 돌아가신 엄마에 관한 기억이다.
작가는 어느 모임에 나갔던 날 익숙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제풀에 외로워져 과음을 하게 됐고, 집에 돌아와서는 취한 채 잠들어 버렸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의 유품인 반지가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게 아닌가.
"외롭다고 엄마를 찾다니 퇴행적인 인간 같으니라고…"(85쪽)
두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던 은희경은 30대 중반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원고 청탁이 들어오지 않자 장편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때 엄마는 노인불교대학의 연줄을 이용해 외딴 절에 딸이 집중해서 집필할 방도 구해주셨다.
손이 투박하고, 엄마를 닮아 체질적으로 손가락이 잘 붓는 은희경은 평소 반지를 잘 끼지 않지만 엄마가 남긴 금반지만은 가끔 꺼내 끼어본다고 한다.
"주로 잠들기 전에, 잠이 안 올 때, 더 강해지고 싶은 때, 외로움 따위는 인간의 천분이라고 나를 설득하면서."(86쪽)
난다.
248쪽. /연합뉴스
그다음은?
술잔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은희경의 이삿짐을 박스에 꾸리던 이사업체 직원은 자신 있게 이렇게 내뱉었다.
"이 집 주인은 교수 아니면 술집 하던 사람일 거야."
은희경의 신작 산문집 '또 못 버린 물건들'에는 그와 함께한 시간과 삶의 궤적이 담겨 있어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에 관한 산문 스물네 편이 수록됐다.
지난해 7~12월 웹진 채널예스에 연재한 '은희경의 물건들' 원고를 다듬어 엮었는데, 4년 된 낡은 아이폰11 모델로 소장품을 직접 찍은 사진들도 함께 담았다.
첫 번째로 다룬 물건이 바로 책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술잔이다.
"음주에 진심인 사람답게 나는 갖가지 술의 종류에 맞는 잔을 구비해놓고 있다.
그중에서 맥주잔이 제일 많다.
"(16쪽)
'술잔의 용량은 주량에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이 글에서 작가는 술잔이라는 물건에 얽힌 자신의 음주 역사를 풀어놓는다.
삼십 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술의 매력을 알게 된 작가가 취한 눈으로 돌아본 자기 자신은 "소심하고 고지식하다고만 알아 온 내가 제법 솔직하고 웃기고 패기조차 있고, 무엇보다 좌절된 꿈을 가슴 깊이 숨긴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내 몸속 술꾼의 발견이 기득권 시스템의 압박에서 벗어나 개인성을 각성한 대탈주의 도화선이 되었다"며 술이 주는 자유와 해방의 느낌을 예찬한다.
산문집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의 반열에 오른 스타 소설가인 은희경의 이런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들이 많이 담겼다.
솔직하고 담백하며 발랄하다.
펜에 얽힌 얘기를 풀어 놓으면서는 "펜을 쥘 줄 알게 된 이래로 얼마나 많은 펜을 잃어버렸던가.
(중략) 사치품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것은 잃어버리는 기능일 거야"라고 책망하기도 한다.
작가가 애정하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에는 그 물건과 인연이 있는 사람에 대한 추억이 담겼다.
그중에 으뜸은 돌아가신 엄마에 관한 기억이다.
작가는 어느 모임에 나갔던 날 익숙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제풀에 외로워져 과음을 하게 됐고, 집에 돌아와서는 취한 채 잠들어 버렸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의 유품인 반지가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게 아닌가.
"외롭다고 엄마를 찾다니 퇴행적인 인간 같으니라고…"(85쪽)
두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던 은희경은 30대 중반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원고 청탁이 들어오지 않자 장편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때 엄마는 노인불교대학의 연줄을 이용해 외딴 절에 딸이 집중해서 집필할 방도 구해주셨다.
손이 투박하고, 엄마를 닮아 체질적으로 손가락이 잘 붓는 은희경은 평소 반지를 잘 끼지 않지만 엄마가 남긴 금반지만은 가끔 꺼내 끼어본다고 한다.
"주로 잠들기 전에, 잠이 안 올 때, 더 강해지고 싶은 때, 외로움 따위는 인간의 천분이라고 나를 설득하면서."(86쪽)
난다.
248쪽. /연합뉴스